머리말
세계는 지금 감염병 대전환, 디지털 대전환, 기후위기 대전환, 에너지 대전환을 맞고 있다. 2025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는 ‘지능화 시대를 위한 협업(Collaboration for the Intelligent Age)’을 주제로 전 세계 정치, 경제, 산업 리더 3,000여 명이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2023년 7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 최초의 AI로봇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에 참여한 UN개발 프로그램의 휴먼 로봇 혁신 대사 ‘소피아’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보다 더 효율적인 리더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로봇은 인간에 비해 편견이나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사회는 우리 인류만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과학기술이 창조한 새로운 종인 신인류 로봇과 조화롭게 사는 세상으로 전환하고 있다. ‘ChatGPT’나 ‘딥시크’에서 보듯이 AI기술이 발전할수록 로봇은 인간의 영역을 그만큼 더 넓게 침범하고 있다. 정신적 활동은 인간 고유의 본질을 규정짓는 작업인데, 인공지능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까지 침범하는 중이다.
전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딥테크 전쟁에 올인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패권 전쟁은 양 국가의 국운을 걸고 치뤄지고 있으며, 트럼프2기 행정부는 중국을 더욱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딥테크 기술은 AI를 비롯한 전기차와 자율주행, 반도체, 로봇, 에너지, 통신, 바이오, 드론, 우주탐사, 양자컴퓨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한다. 딥테크 기술은 실험실에서 탄생하지만 그 기술이 실제 산업군에 적용되는 순간, 그 파급력은 엄청나 세상의 모든 구조를 바꾸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는 이 시대의 ‘가장 핫한 어젠다’다. 2024년 1월에 열린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 각계 전문가들 1,490명을 대상으로 ‘인류가 당면한 최대 리스크는 무엇인가?’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1위는 ‘극한의 날씨(Extreme weather)’로서 66%의 응답률을 보였다. 기후변화로 지구는 뜨겁게 달궈지고, 전 세계는 기상이변, 해수면 상승, 생태계 파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를 방관할 수 없는 ‘골든 타임(golden time)’에 서 있다. 만약 때를 놓친다면 지구의 생태계와 인류의 문명은 파탄을 맞이할지 모를 일이다. 집단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비상하고, 창의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우리의 생존의 터전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탄소중립’이나 ‘ESG’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요·충분 조건’이 되었다. 돌이 없어서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닌 것처럼 이제 석유가 있어도 석유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감염병의 대유행’은 대전환의 기폭제였다. 알베르 카뮈는 1947년 그의 소설 〈페스트〉에서 감염의 공포와 이를 극복하는 실존적 인간의 모습을 투영했다. 페스트는 중세 봉건사회를 붕괴시키고 근대 시민사회를 열 수 있는 사회경제적 구조를 조성했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마치 2011년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처럼 전 세계를 공포와 혼란에 빠뜨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비대면 관계로 급속히 전환시키고 성장 위주 경제발전의 패러다임에 타격을 가했다. 이윤제일주의, 성장제일주의에서 ‘안전한 사회’, ‘더불어사는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대전환, 즉 기존의 표준을 타파하고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뉴노멀의 시대’를 열고 있다.
전 세계는 경제·경영·통상·산업·기술·사회·윤리·법·제도·국제질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변화의 성격을 통찰하고 변화의 방향을 읽어 내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현실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높이 나는 새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듯이 지적 수준이 세상에 대한 이해를 결정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그 변화의 속성과 방향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게 된다. 새로운 인식의 눈으로 ‘새로운 기준과 표준’을 이해할 때, 우리는 과거가 아닌 ‘뉴노멀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대전환의 시대를 꿰뚫어 보는 능력은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과 그 시대를 주도하는 과학·기술에서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뿐 아니라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 그리고 일반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저술되었다. 독자들에게 대전환 시대에 대한 ‘통찰력’, ‘시대의식’, 그리고 ‘세계관’ 형성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도서출판 정독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25년 3월 20일
신용벌 연구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