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난 인류의 광대한 움직임을 따라가다
동굴은 언제부터 고대 인류의 터전으로 자리했을까? 동굴에 사는 포식자들과 맞서고 어둠을 밝힐 불을 길들여야 하기 때문에, 동굴에서의 생활은 상당한 수준의 인지적, 심리적, 기술적 진화를 필요로 했다. 2016년 발견된 브루니켈 동굴 속 석순 구조물 사이에서의 명확한 인류의 흔적은 17만 년도 더 전에 인류가 동굴 생활을 했음을 밝혀냈다. 유적의 보호를 위해 더 구체적인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석순을 부순 다음 섬세하게 옮기고 정리했을 고대 네안데르탈인을 상상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 하면 흔히 16세기 대항해 시대를 떠올리지만, 사실 인류는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 이미 그곳에 도달했다. 약 2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이동한 현생 인류는 혹독한 추위에 적응하며 사냥 기술을 발전시켰다. 알래스카에서 발견된 정교한 석기 절단 기술은 이 시기 인류가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했음을 시사한다. 저자는 이처럼 이제까지 발견된 고고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인류의 광대한 움직임을 재구성한다.
▶ 인류 진화의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혁신적인 기술들
저자는 단순한 이동과 변화뿐만 아니라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꾼 기술의 기원을 탐구한다. 후기 구석기 시대에 등장한 바늘은 그중 하나다. 짐승의 뼈나 상아로 만든 이 작은 도구는 가죽을 꿰매는 데 사용되었으며, 이를 통해 인류가 단순한 넝마가 아닌 보다 정교한 의복을 갖추었음을 알 수 있다. 바늘은 수천 년 동안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며 인류의 생존과 발전에 기여해왔다.
의료 기술의 기원 역시 인류의 생존에서 중요한 요소다. 후기 구석기 시대의 충치 치료 흔적은 인간이 다른 이들의 건강을 개선하려는 최초의 시도 중 하나였다. 맞춤형 석기 도구를 이용해 썩은 치아를 제거한 흔적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타인을 돌보는 인간의 본능적인 이타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흔적을 통해 우리는 인류가 생존을 넘어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를 돌보며 발전해왔음을 확인한다.
▶ 인류를 더욱 흥미로운 존재로 만드는 최초의 순간
우리는 특정한 하나의 사례를 관찰함으로써 인류 진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과거의 인간과 그들의 상황이 현재와 닮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더 많은 고고학적 발견과 그 예시가 계속해서 쌓일수록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선사시대 인류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가설을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최초의 순간들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모든 것은 현재까지 밝혀진 고고학적 유물을 통해 추론한 결과일 뿐이며 기술의 발전에 따라 최초의 순간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선사학자들은 고대의 정교한 기술과 원시적인 행위를 분석하며 수천수만 년의 시간과 드넓은 대륙을 배경으로 펼쳐진 인류의 대서사시를 살핀다. 그것을 확인하는 작업은 우리 조상을, 그리고 우리 자신을 더욱 흥미로운 존재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