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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상고사

어원 상고사

  • 정진명
  • |
  • 학민사
  • |
  • 2025-03-25 출간
  • |
  • 520페이지
  • |
  • 153 X 225 X 32mm
  • |
  • ISBN 978897193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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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역사언어학 서설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한문의 문장 독법으로는 해독되지 않는 문단이 14군데 있습니다. 한문에 정통한 사람들도 풀이할 수 없어서 지난 1,000년 동안 까막 글씨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처음으로 해석한 사람이 일본학자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일이죠. 왜 일본인이 이것을 번역했을까요? 이 문장을 한문식이 아닌 일본어 식으로 풀어본 겁니다. 그랬더니 뜻이 조금 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자칭 ‘국보 1호’라고 떠들고 다닌 양주동이었습니다. 양주동은 관련 서적을 한 지게 지고 골방에 처박혀 일본 학자가 했던 그 방식으로 까막 글씨를 풀어냅니다. 그리고 책을 내죠. 『고가 연구』. 1,000년 동안 잠자던 향가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국어를 전공했기에 향가를 전문가 수준으로 배웠습니다. 우리말의 소리가 문자화할 때 빚어지는 고민과 난처함이 향찰 표기에 잘 드러났습니다.
이 향찰 표기는 우리의 생각을 전하는 데 끝내 실패하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식 표기로 정착합니다. 우리는 15세기에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이 나타날 때까지 한문 원문을 표기 수단으로 삼습니다. 자연스럽게 향찰 표기가 우리 겨레의 기억에서 멀어졌고, 옛 조상들이 쓰던 『삼국유사』의 문장을 알아보지 못한 상황이 된 것이죠. 그것이 향찰 풀이 과정에서 드러난 소동이었습니다.
제가 국어를 전공으로 배우면서 한가지 이상하게 느낀 게 있습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펼치면, 뜻을 알 수 없는 국명과 지명과 인명이 가득합니다. 그 속의 글을 읽으려면 이 이름의 뜻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알 수 없죠. 그 이름을 쓴 사람들이 무슨 뜻이라고 밝힌 적이 없으니 말입니다. 역사학자들은 마치 향가 문장을 마주한 옛사람들과 똑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입니다. 이상한 건 역사학자 중 아무도 양주동의 노릇을 자처하고 나선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 이상합니다.
더 이상한 건, 이미 많은 연구를 해놓은 언어학자들에게 묻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곳곳에서 개똥철학으로 주먹구구식 해석을 시도합니다. 이병도가 주석을 단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펼쳐보면 헛웃음이 나옵니다.

21년 경성京城에 성을 쌓아 이름을 금성金城이라 하였다.-『삼국사기』 권1 신라본기 시조 혁거세거서간
이병도의 각주) 그 이름은 금성탕지金城湯池에서 취하였다기보다는 「검(城)」 또는 「임금(城)」(王城)의 뜻이 아닌가 한다.

이병도는 金을 우리말 ‘검’을 적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한눈에 봐도 말이 안 되는 것이, 임금의 ‘검’을 한자로 적으려면, ‘儉, 險’을 써야 합니다. 향찰 표기의 원칙이고, 실제로 단군왕검이 그 한자를 썼습니다. 그러니까 이곳 ‘금성’의 金은 임금이나 신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황금을 만주어로는 ‘asin’, 몽골어로는 ‘alta’, 터키어로는 ‘altïn’ 이라고 합니다. 2,000년 전에 누군가 金이라는 기록을 남겼다면 그 들의 언어로 읽어야 합니다. 수도는 중앙에 있습니다. 중앙을 뜻하는 터키어는 ‘orta’이고 ‘목책을 쌓은 성’은 ‘tura’입니다. 터키어를 쓰 는 사람들이 ‘올타두라(orta - tura)=나라의 중심 수도’라고 부른 동 네를 몽골어를 쓰는 사람들은 ‘알타다라(alta-dara)=황금의 성’라고 듣고 한자로 ‘金城’이라고 적은 것입니다. 1,000년 전의 김부식이 적 은, 2,000년 전의 언어를, 이병도는 지금의 언어로 풀이하였으니, 그 게 맞을 리가 없습니다. 한국 역사학계의 태두 이병도의 자뻑(!)이 이와 같습니다. 그의 주석서에 이런 혀 짧은 소견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황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개구리를 잡는 수도 있습니다. 아사달에 대한 해설이 그것이죠. 일본어로 ‘아사’는 아침(朝)인데, 고 조선의 수도 ‘아사달’이 바로 아침을 뜻하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朝鮮=아사달’이라는 거죠. 바로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이 주장은 아사달에 관한 많은 의견 중에서 제법 그럴 듯한 주장이어서 역사학계의 주요 의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언어학을 전공한 저의 눈에는 아주 소박한 소꿉장난 같습니다만, 그래도 이병도의 주장 중에서는 그나 마 그럴듯한 어원론입니다.
우리가 고등학교 다닐 때 한국어는 보통 우랄-알타이어에 속한다고 배웠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우랄’을 떼어버리고 ‘알타이어족’으로 분류했습니다. 알타이어족을 대표하는 말은 터키어 몽골어 퉁구스어인데, 한국어는 이들보다 훨씬 더 일찍 갈라져 나와서 이들과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기문을 비롯한 서울대 학파 의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이들이 가정한 ‘원시부여어’ ‘원시 한어’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가공의 언어입니다. 오늘날의 한국어와 알타이 조어를 연결하는 중간 과정을 상정하여 생각해본 상상 속의 언어죠.
그런데 최근에 새로운 학설이 등장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알타 이 제어는 1만 년 전 요동 지역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어떤 이유 로 이동하면서 퍼진 언어라는 것입니다. 이 언어의 근거지는 중국 동 북부의 홍산과 몽골의 적봉 지역인데, 지금 이곳은 나무 하나 없이 잔풀만 자라는 황량한 땅이어서 여기서 농사를 지었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1만 년 전의 기후로는 이 지역이 농사 짓기에 가장 좋은 곳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소빙하기가 오면서 날씨 가 추워져서 지금과 같은 황량한 땅으로 변했고, 그 바람에 그곳 원 주민들이 농사짓기 좋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언어도 지금처럼 퍼졌 다는 주장입니다. 그곳보다 더 따뜻한 지역은, 대체로 발해만과 황해 의 주변입니다. 이른바 동이족의 영역이죠. 홍산 문화는 농경을 일찍 시작한 동이족 조상의 문화라는 뜻이죠.
그렇다면 그곳 황량해진 땅에 남은 사람들은 어찌 되었을까요? 초원지대에 남은 사람들은 짐승을 길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기 원전 3,000년쯤에 이르면 말을 사육하는 데 성공합니다. 말을 사육 했다는 것은 대규모 이동과 집단화가 이루어졌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이런 현상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흉노족이죠. 말과 함께 나타나 농경지를 휩쓸며 약탈하는 사람들이 철 따라 중국의 변경을 넘나듭니다. 이들은 춘추전국시대부터 서서히 기록에 나타나 진나라와 한나라에 이르면 변방의 골칫거리로 등장합니다. 바로 이들의 발상지가 알타이산맥과 인근 초원이고, 이들의 언어가 바로 알타이어족입니다. 알타이란 황금산金山을 뜻하는 말입니다.
한국어는 이들의 언어와 비슷하지만, 이들 언어 간의 통일성과 유사성보다 좀 더 낯선 모습입니다. 이들보다 훨씬 더 일찍 알타이 조어祖語로부터 분화되었다는 뜻입니다. 앞선 최근 학설로 보면 1만 년 전에 홍산을 떠난 원주민의 언어에 더 가깝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몰랐던 람스테드Ramstedt(1873~1950)나 그를 따르는 학자들이 한국어를 알타이어족에 집어넣어서 설명하다 보니, 앞서 본 원시 부여어나 원시 한어를 쓰는 ‘고아시아족의 언어’를 중간단계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한자 표기로 남은 중국 발해만 지역의 지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몽골어 터키어 퉁구스어와 비교할 때도 어떤 공통성을 보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쓰는 입말(口語)과 직접 대비할 때 뜻이 더욱 또렷해지는 말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 5개 언어를 비교해야만 고대사에 등장하는 지명 인명 국명이 좀 더 또렷한 뜻을 드러냅니다.
저는 역사에 문외한입니다. 스무 살 무렵에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문공사)를 읽어본 것이 전부입니다. 국어를 전공하면서 역사로부터 멀어졌는데, 어원을 정리하다 보니 젊은 날 읽은 신채호가 다시 생각나서 그 꼬투리들을 정리해보려고 펜을 들었습니다. 연재를 하려고 마음먹고 보니, 환갑 진갑 다 지난 늙은이가 노망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해봅니다. 이제 시작하는 연재는 역사에 문외한인 한 문학도의 눈에 비친 풍경이니, 설령 제가 틀린다고 해도 저로서는 부끄러울 것도 잃을 것도 없습니다. 역사학도들께서는 때로 못마땅하시겠으나, 제가 그것까지 감당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 못마땅하시거든 한 늙은이의 망령이라고 치부하시고 눈을 돌려 자위하시기 바랍니다.
역사는 역사학자들의 독점물이 아닙니다. 고대의 언어는 가장 확실한 고고학 자료입니다. 출토되는 유물보다 더 확실한 ‘뜻’을 보여줍니다. 저는 언어학에 담긴 역사의 지분을 건드리는 것뿐입니다. 가장 확실한 고고학 자료를 건드리지 않는 고고학자들이 더 이상한 겁니다.

목차

책 머리에
역사언어학 서설

1장_ 한겨레의 뿌리를 찾아서
2장_ 고조선
01_‘조선’의 어원
02_ ‘조선’고
03_ ‘숙신’고
04_ 단군의 나이
05- 단군과 기자
06_ 위만조선
07_ 갑골문으로 본 조선
3장_ 고구려
4장_ 백제
5장_ 발해
6장_ 고려
7장_ 『사기』를 다시 읽다
01_ 한사군의 이름
02_ 갈석산과 고조선의 진실
03_ 서언왕 동명 주몽 신화
04_ 「위략」의 진개 2,000리
05- ‘패수’고
06_ ‘요수’고
07_ ‘열수’고
08_ ‘살수’고
09_ ‘난하’고
10_ 대동강의 어원 고찰
11_ ‘진번’고
12_ 한사군의 진실

8장_ 신라
01_ 신라 왕명의 어원
02_ 강원도 횡성
03_ 김일제
04_ 석탈해
05_ 신의 나라 ‘진국’

9장_ 가야
01_ 6가야
02_ 어원으로 알아본 한겨레의 뿌리
03_ 탐라
10장_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01_ 어원 역사 논의의 뒷목
02_ 우리말의 뿌리
03_ 맺음말_역사와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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