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Single Customs Way!
I’m afraid to take a way that no one has ever taken,
but I challenge New Customs Management
최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관세’를 국가경영의 중요 수단으로 삼고 있어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들은 국경보호, 마약 단속, 지재권 단속이 미흡한 국가를 상대로 관세율 인상 등 세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 또한 개방화 과정에서 사회 곳곳에 부작용이 있음에도 세관 통제의 전문성과 통제력은 계속 약화되어 가고 있다. 과연 국가경영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정치권을 포함해 우리 모두 새로운 관세경영 전략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글을 왜 쓰는지 스스로 수십 번 반문했다. 누군가에게 이 글을 쓰고 싶다고 했더니 자서전인지 전문 서적인지를 묻곤 했다. 그러나 이 글의 성격이 무엇이든 1980년대 이후 지속적인 경제성장 과정에서 「무역입국」을 국정 어젠다로 삼고 많은 이들이 노력해 왔지만, 특히 그 최일선에서 땀 흘리고 수고했던 관세인의 얘기를 담아보는 것도 결코 무의미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글은 지난날의 기억과 추억을 되살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관세 경영에 관한 비망록」이다.
이 글을 쓰면서 관세인 모두의 공감대하에 정책을 유지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여정이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 스스로 식견이 충분하지 못해 일을 성공으로 이끌지 못한 때도 있었다. 어떤 것은 너무 의욕이 앞선 나머지 일선 행정이 뒤따라오지 못하는데도 그냥 지나쳐 버리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그 세밀한 과정과 결과를 챙겨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애정이 많았으면 현직에 있을 때 잘 마무리하지 왜 지금에 와서 이런 글을 남기느냐고 질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이란 시기도 맞아야 하고 팀웍도 잘 갖추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 후회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다음 세대에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한 줄기의 빛을 바라보는 순수한 심정으로 이 글을 남긴다.
이글은 1980년대 중반에 있었던 일화를 일부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권위주의 경제구조하에서 세관의 혼과 정신을 잠시나마 생각했다. 수출 선진화와 서울올림픽 등의 에피소드를 돌아보면서 개방화의 빛과 그림자를 봤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통상 이슈와 우리의 인식 변화도 있었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 국제화, 세계화의 진전과정에서 공·항만 터미널 등 하드웨어 시설의 확충과 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물류체계 소프트웨어 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또한 새천년을 전후로 촉발된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관세행정 전반의 구조개혁에 미친 영향을 돌아보면서 기술적인 측면만 고려하고 철학적 가치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족함을 아쉬워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UNIPASS 종합전산망은 WCO에서 권고한 싱글윈도우 방식으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등 여러 후발개도국에 전수되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특히 프로세스 정보화에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WCO, 미국, EU처럼 축적된 정보를 물품의 이동통제와 심사통제에 활용하는 기법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WCO의 교토협약과 미국 관세청의 「신 관세경영이론」, 그리고 EU의 Blue Print에서는 고객(Peoples)이 누구이며, 그들과 왜 굿 파트너로서 동행(Partnerships)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이들과 동행하려면 프로세스(Processes)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이 모든 것이 체계적으로 잘 설계되지 않으면 관세행정의 법규준수도 100%, 고객만족도 100%라는 비전과 미션은 결코 달성할 수 없음도 알았다.
여기서 이글의 부제목인 「싱글 커스텀스(Single Customs)」는 학문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용어가 아니다. 관세경영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필자가 명명한 용어에 불과하다. 왜 국제사회에서는 세관 프로세스를 Virtual Customs의 Single Window 체제로 일원화하고 위험관리는 다층구조로 설계하여 파트너쉽에 의한 Compliance 체제로 운영하려 했을까?
후술하겠지만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이미 1조 불을 넘어선 지 오래다. 우리의 파트너인 무역업체와 해외공급자는 거의 120만여 개 업체를 초과한다. 그런데 관세청은 세관 혼자만의 힘으로 대외거래 질서유지를 모두다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가? WCO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했다. 「싱글커스텀스」 이론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우리도 답하기 위해 그동안 관세청이 공들여 왔던 다양한 시스템의 운영실태를 WCO의 교토협약과 「신 관세경영이론」에 따라 평가해보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거나 체계화하고자 하는 이론이다.
이제 한국도 「굿 파트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들과 동행하면서 정보기술을 활용해 화물의 이동단계와 심사단계의 자율심사 등 세관 통제가 올바르게 행사될 수 있도록 세관현대화 요소를 재정비해야 한다. 이것이 선결되면 간소화된 세관절차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미래에는 CIQ 국경관리 조직도 세관 중심으로 Single Authority화하여 단일화되어야 하며, 관세청의 주요 미션도 국경보호기능이 보다 더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기록이 역사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소개한 역사적 개별 사안과 경험담, 그리고 백 스토리 등은 일부 내용이 시대에 맞지 않거나 더 이상 활용 가치가 없다고 폄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얘기들 또한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하나의 역사이기에 그동안 배우고 느꼈던 수많은 경험과 사례를 용기있게 전달해 보려 한다. 그 대신 여러 에피소드를 다소 두서없이 나열했기 때문에 전문 서적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론의 깊이와 세밀함은 부족함이 있다. 특히 일부 내용은 세월의 흐름과 읽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숫자적 의문이나 이해하기 쉽지 않은 표현이 있을 수 있다. 아무쪼록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많은 성원과 이해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역사의 현장에서 관세 경영의 길을 함께 걸었던 여러 선·후배 동료와 오늘의 저를 있게 해준 Constance Hoops께 깊은 애정을 담아 이글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