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요가와 명상하는 생활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로 매트 위에서 혼자 요가를 하는 김지호의 모습은 30년 전 방송에 처음 등장했던 그녀를 만나던 순간과 비슷한 느낌이다. 여름 같은 청량한 미소와 기존의 배우들과는 어딘가 다른, 씩씩한 소년 같기도 한 모습 그대로.
톱배우로 살며 마냥 우아할 것만 같던 김지호는 늘상 털털하고 소탈하다. 먼 거리도 늘 걷거나 버스를 타며 어디를 가든 요가 매트를 챙겨 다닌다. 요가와 명상을 가까이 한 생활이 벌써 10년 째. 마음이 요동칠 때나 불안할 때도, 어떤 선택의 순간에서도 조용히 혼자 매트 위에 올라 호흡을 가다듬는다. 분주한 일상, 복잡한 생각들도 몸을 움직여 집중하다 보면 가볍게 탈탈 털어낼 수 있다는 것. 요가와 명상의 즐거움, 더불어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최근 얻은 별명인 ‘요가 전도사’답게 이 충만함을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괴로움과 절망 속에서도 시선을 내 안으로 돌려 나에게 집중하는 힘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첫 산문집을 냈다.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지고 싶던 시절
방송인 최화정 씨의 추천사처럼, 이 책 〈마음이 요동칠 때, 기꺼이 나는 혼자가 된다〉를 읽으면 마음이 근질근질 해진다. 요가를 하면 정말 이렇게 된다고? 흔들리는 마음의 동요도, 일상의 스트레스도 단지 매트 위에 올라서는 것만으로 가능해진다는 게 사실일까. 호흡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힘을 과연 갖게 될 수 있을까.
요가를 만나기 전, 김지호는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뭔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었다.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던 시기였다고 한다. 간간이 들어오는 드라마 대본이나 방송은 죄다 거절하고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지고 싶었던 10년 전. 배우보다 엄마에 집중하는 삶을 살기로, 스스로 선택한 삶이었지만 늘 뭔가 허전했다. 달리기도 해보고 자전거도 타보고 화실에서도 그림도 몇 시간씩 그리며 시선을 돌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봤지만 채워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허전하고 불안한 마음이 없어지지 않았다. 뭔가 집중할 게 필요했고, 운동을 좋아하던 그녀답게 혼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운동의 주권’을 찾아오려 궁리하다가 매트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요가를 해보기로 했다. ‘기구도 필요 없고 오로지 내 몸과 의지, 매트 이 세 가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운동. 처음엔 요가원의 맨 뒷줄,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눈치보며 앞사람의 동작을 따라하기 급급하던 그녀였으나 어느덧 10년, 이제는 맨 앞줄 숙련자들 곁에 서게 되었다.
‘나 좀 괜찮은 사람이구나’
“산만하고 집중력도 지구력도 없는 내가 이상하리만치 요가를 할 때만은 다른 모드로 변한다. 어쩌면 이게 요가를 사랑하게 된 이유일 수 있겠다. 나를 차분하게 해주고 인내하게 해주는 요가. 생각하고 움직이고 느끼는 감정들은 모두 다 내 것이고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 ‘내’가 중심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요가. 그리고 내 안의 진짜 나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점점 깨닫게 해준다.” - 본문에서
요가를 만나기 전 그는 잘할 것 같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고 회피하고 도망치던 사람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방송에 데뷔를 하게 되었고 빠른 시간에 생각지도 않은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주어진 역할은 큰데, 정작 자신은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책감과 부담감과 초조함을 달고 살았다. 일을 즐기지 못하고 도망치기 바빴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에 스스로에게 ‘나는 못하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을 질책하던 나쁜 프레임도 결국 요가를 통해 극복해갔다.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동작을 해내는 과정 속에서 실패하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도망치지 않고 다시 매트 위에 서면서 신체적인 한계도 극복해보고 여러 고비들을 넘겨봤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서 얻은 작은 성취감들이 쌓여, 어느 순간 ‘나 이걸 해냈구나’, ‘나 좀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만족감을 얻게 된 것이다.
실천과 꾸준함이 가져다 준 변화
결국 변화라는 건 욕심을 부린다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고 고민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실천과 꾸준함이 가져다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매트 위에서 혼자서 어렵게 버티던 그 시간들이 쌓여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단단한 근육이 붙게 된 것이다.
직업상 늘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데 요가를 하며 밖으로 향해 있던 시선을 안으로 돌리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들을 경험했고 그 시간들이 그녀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는 안 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도전하고 노력하게 되었고 그래서 뭔가를 다시 해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내 안에서 생긴 열정, 목표를 갖고 할 때는 고통도 괴로움도 기꺼이 참을 수 있다. 밖을 향한 시선을 내 안으로 가지고 오는 훈련. 조금씩 달라지고 힘이 생기고 건강해지는 변화 속에 단단해진다.”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