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갈아입으면 되고 더러워진 건 빨면 되지.”
마음속 먹구름을 씻어내는 빨래
햇살이 눈부신 아침이지만 아람이의 마음속에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웠어요. 어젯밤, 이불에 오줌을 쌌거든요. 엄마는 이불을 꾹꾹 밟으며 빨래를 시작하고, 아빠는 바지랑대를 손보고 빨랫줄을 다시 고쳐 묶었어요. 엄마가 깨끗해진 이불을 하나씩 널고 있는데, 갑자기 빨랫줄이 아슬아슬하게 흔들리더니 툭 끊어져 버리고 말았어요. 빨래는 모두 엉망이 되었고 이불을 뒤집어쓴 엄마는 화를 냈어요. 큰 소리로 싸우는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는 마치 천둥 번개 같았지요. 아람이의 마음속 먹구름은 점점 커져만 갔어요. 결국 불안해진 아람이는 바지에 또 한 번 실수하게 됩니다. 그런 아람이에게 엄마 아빠는 옷은 갈아입으면 되고 더러워진 건 빨면 된다고 말해 주지요.
마당에 다시 산더미처럼 빨래가 쌓이고, 이번에는 아람이가 직접 아빠와 함께 빨래를 시작합니다. 쿵쿵 발을 구를수록 마음속 먹구름은 비눗방울이 되어 점점 가벼워집니다. 비눗방울을 타고 하늘로 떠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아람이네 가족은 웃음을 되찾지요. 아람이에게 빨래는 단순히 더러워진 옷과 이불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얼룩진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일입니다. 이 그림책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이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더러워진 것은 얼마든지 깨끗하게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실수를 한다는 건 아직도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빨래들도 시간이 필요하구나……”
모든 성장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요
더러워진 옷을 단순히 씻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물기를 짜고, 햇볕에 널고,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마르는 시간이 있어야 비로소 빨래가 끝이 납니다. 어떤 날은 햇볕이 강하고 바람이 세게 불어 더 빨리 마를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축축한 공기 때문에 오래 기다려야 할 때도 있지요. 그렇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든 빨래는 보송하게 마르고, 다시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성장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은 저마다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습니다. 남들과 비교하다 보면 한없이 느리고 더디게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지나간답니다. 축축했던 빨래가 바람과 햇볕을 받아 저녁나절이면 바싹 마르는 것처럼요. 무언가를 시작해서 익숙해지는 시간은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일은 여러 번 반복해야 비로소 익숙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실수를 통해 배우면서 점점 더 나아지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버겁게만 느껴지던 일도 점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 그러니 조금 늦어져도 괜찮습니다. 빨래가 마르는 시간처럼, 우리도 저마다의 속도로 천천히 성장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일이야.”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마음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크고 작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그럴 때마다 부모들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게 됩니다. 우리 아이는 왜 오줌을 빨리 못 가릴까, 왜 아직도 한글을 못 뗄까, 조급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아이를 다그친다고 해서 성장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부담을 느낀 아이들은 위축되어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바지에 또 한 번 실수를 하고 의기소침해진 아람이에게 엄마와 아빠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일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해 줍니다. 만약 엄마와 아빠가 의기소침해 있던 아람이를 야단치거나 실수를 탓하고 다그치기만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음속 폭풍은 더 거세지고 실수하는 날이 더 많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에게는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 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실수를 감싸 안아주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해 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아이들은 자기만의 속도로 조금씩 자라날 거예요. 실수하는 순간에는 부끄럽고 속상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실수도 성장의 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아이들은 부모의 기다림 속에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답니다.
빨래의 시간을 통해 이 세상 모든 아람이에게
그럴 수도 있다고, 조금 늦어져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