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기대를 받았고, 빛나는 재능을 가졌으며, 누구보다 성실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조용히 사라졌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한 재능 있는 소년이 교육과 사회의 강요된 기대 속에서 점차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린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다. 모범생이라는 이름 아래 짓눌린 감정, 제도의 틀 속에서 잃어버린 삶의 기쁨, 그리고 이해받지 못한 채 홀로 스러져 간 한 청소년의 이야기. 신학교에 입학한 한스 기벤라트는 학문의 길에서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자유를 포기하고, 어른들이 원하는 삶을 살려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결국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간다.
이야기는 한스의 열정과 희망으로 시작되지만, 차가운 현실은 그를 순식간에 삼켜버린다. 한때는 강가에서 낚시를 하며 자유를 만끽하던 소년이 어느새 신학교의 엄격한 규율 속에 갇히고, 오직 성적과 학문적 성취만이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세계에서 점차 길을 잃는다. 친구 하일너와의 관계는 유일한 위안이 되지만, 그마저도 세상이 정해놓은 규칙 앞에서 끝내 멀어지고 만다. 남겨진 것은 피로와 허무, 그리고 조용한 절망뿐이다.
이번 특별판에는 한스의 내면과 삶의 전환점을 형상화한 흑백 펜 드로잉 삽화가 수록되어 있다. 소년이 책상 앞에서 몰두하는 모습, 신학교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의 긴장감, 낚싯대를 드리우며 마지막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 마울브론 신학교의 차가운 풍경, 호숫가에서 나눈 친구와의 대화, 교실에서 터져버린 감정, 착즙기를 돌리며 피어오른 감각, 그리고 공방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까지-섬세하게 그려진 장면들은 한스의 성장과 붕괴,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강물 위를 떠내려가는 소년의 모습은 그가 끝내 도달한 곳이 어디인지 묻게 만든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단순한 성장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사라지는 한 인간에 대한 기록이며, 우리가 쉽게 놓쳐버리는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이 기대하는 대로 살아가던 한 소년이 끝내 무너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한스를 지켜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 또 다른 한스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