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소위 ‘피크 코리아’의 기로에 서있다. 지난 20여 년간 주력 산업에 거의 변화가 없이 안주하는 모습인데, 세계적으로는 첨단 산업 및 기후 기술 관련 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극단적 저출생 현상으로 2040년대 후반이면 평균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로 표출된 극단적 정치·사회적 갈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의 예측할 수 없는 세계 경제 질서 등은 우리 앞에 닥쳐올 퍼펙트 스톰을 예고한다. ‘한국 경제호’는 이러한 복합 위기 앞에서 좌초하고 말 것인가?
한국 경제호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념 논쟁 속에 리더십 부재로 한발 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데 있다. 첨단 산업 육성, 기후 기술 개발, 에너지 수요 급증 등 엄중한 상황에서 원전과 재생 에너지, 소득 주도 성장, 기본 소득 등과 관련한 이념 논쟁으로 정권마다 정책 기조를 바꾸니 어느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도전적으로 투자를 하겠는가? 주요국들이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엄두도 못 냈던 산업 정책을 추진하며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는 이때, 우리는 여전히 과거 이념에 스스로 발목을 묶어 놓고 있지는 않은가? 선진국처럼 축적해 놓은 부(wealth)가 많아 이념 논쟁으로 쓸 시간이 충분하다면 모를까, 그런 선진국들조차 전략적 경쟁을 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에겐 한가롭게 여유부릴 틈이 없다.
기성세대들이 모이면 “우리 세대는 좋은 시절 살았어”라며 미래 세대를 걱정하지만 정작 미래 세대를 위해 뭘 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고 양보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걱정은 되는데 내 파이는 나누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진정 자기들이 한 만큼만 보상받은 것인가, 선조들 덕에 노력 이상의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닌가? 기성세대는 성장하던 시대라 몸만 움직일 수 있으면 무엇을 해서라도 굶어 죽지는 않았으니,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도래로 창조적인 일에 나서야만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 세대들을 위해 과거에 비해 부유해진 우리 사회가 기본 생존권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다음과 같이 답하며 한국 경제를 재도약시키자고 주장한다.
“‘세상을 지나치게 관조적으로 접근하지 마시고, 이제는 저희 세대를 위해 무언가 해 주시길 바래요’라는 딸 친구들의 부탁에 첫 번째 답으로 이 졸저를 내놓는다(에필로그).”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대통령 탄핵,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위기의식이 극대화된 지금이 국가 재도약을 위한 개혁 추진의 기회라 생각한다(본문 p.96).”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한국 경제를 재도약시킬 것인가?
저자는 가치 중립적이고 민생과 실리에 초점을 둔 실용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혁신과 선도의 ‘생산성 주도 성장 전략’을 채택해 추진하자고 주장한다.
첨단 산업, 기후 기술 등 신산업의 생산 시스템은 내생적 성장(endogenous growth)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같은 노동과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기술 혁신, 규제 완화, 시장 선점 등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것이다. 찰스 킨들버거의 말처럼 개혁을 통해 쇠퇴기에 이른 경직된 경제 사회 시스템에 역동성과 유연성을 부여한다면 두 번째의 S 곡선, 즉 경제의 재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저자는 사회적 갈등이 극대화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성장 산업을 타깃으로 하는 신산업 정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교육, 금융, 규제 등 제도를 개선하고 노동·연금·재정 등의 구조 개혁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새로 생겨나는 분야는 미래 유망 산업이라는 점에서 국민을 설득하기가 낫고 이해관계도 크지 않아 규제 개혁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리빌딩 코리아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 경제를 재도약시킴으로써 미래 세대가 탄 대한민국 경제호가 밝은 대양을 항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