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지고 있는 경험들과 일상적인 소재들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낸 산문집이다. 아프고 슬픈 역사, 그리고 약자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저자는, 우리 사회에 아직 견고하게 남아 있는 갈등과 분열의 역사를 직시하며 그에 대한 단상을 펼쳐낸다. 힘없는 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그들의 삶과 세계를 공감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전 세계를 마비시켰던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며, 저자는 유년 시절 기쁨과 희망의 장이 되어주었던 국민학교 입학식을 회상한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아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지만 낭만은 가득했던 지난 세월이 더욱 소중하게 기억된다. 자가용이 드물던 때 귀성 열차표를 마련하기 위해 역사 주변에서 노숙하고, 끼니 때우기 어려운 시절 이웃과 음식을 나누었던 추석 풍경을 회고하기도 한다.
인간의 욕망은 사회를 병들게 하고 인간을 타락시켰으며, 인간사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갈등보다는 평화를, 분열보다는 통합을, 복수보다는 용서를 위해 살다 간 이 시대 사람들을 역사 영웅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할수록 그 사회가 부드럽고 따뜻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문화 또한 융성하게 꽃필 수 있다. 우리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좀 더 나은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한 사유와 단상을 여기 솔직하게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