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우아하면서도 현실적인 언어의 향연
이 작품집에 수록된 열두 편의 이야기에는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페드로 알마도바르가 수없이 꿈꾸고 영화로 구현한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담겨 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써온 이 이야기들은 〈나쁜 교육〉, 〈페인 앤 글로리〉 등의 한 시퀀스로 모습을 드러내거나,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내 어머니의 모든 것〉, 〈휴먼 보이스〉 등의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등 그의 영화 작업에 토대가 되었다.
동시에 이 이야기들 곳곳에는 그의 영화 이전에 인간 알마도바르의 면면이 그려져 있다. 가난하고 어두웠던 학창 시절을 지나 폭발적인 아이디어와 에너지로 무장한 도발적인 예술가로 발전하는 모습,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을 얻은 이후 대가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 예술가의 자서전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영화’라는 외피를 입은 그의 예술 세계가 발현되기 위해 필요했던 모든 것이 탄생하고 최고의 순간에 도달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그러한 세속적인 성공 이후에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깊어진 사유와 성찰에 도달한 거장의 여정을 함께한다. 삶과 예술, 허구와 현실의 관계를 변주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평생을 천착해온 욕망, 죽음, 고독, 예술적 창작의 고통과 영광의 길에 동행함으로써 그가 살아온 삶 자체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꿈》을 우리말로 옮긴 엄지영은 알모도바르가 이 자리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알모도바르에게 있어 이야기를 생산하는 근원적인 힘은 “삶에 대한 욕망”이다. 그리고 그 욕망은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망”이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니체나 들뢰즈 식으로 말하자면 거짓을 만들어내는 역량-는 궁극적으로 필연의 억압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항상 돌발적이고 즉흥적인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우연”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욕망의 지도를 그리고 “가능한 세계”의 건축학을 꿈꾸는 것이리라. 알모도바르는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을 되찾고 슬픔과 체념을 진정한 축제의 기쁨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아직은 낯설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름, 소설가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표현대로 “우리는 이 책을 읽고 나면 영화를 보았을 때보다 알모도바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만 같은 착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추천사
영화계에서 상상력이 가장 풍부한 스토리텔러답게 사실과 허구를 강렬하게 조합해 보여준다. 이 작품은 알모도바르가 카메라 뒤에서 표현할 수 없던 것을 분출시키는 출구 역할을 한다. _옵저버
이 책은 글을 쓰는 영화감독들의 팬에게 보내는 경고다. 이 작품을 쓴 것은 우디 앨런도, 베르너 헤어초크도 아닌, 유머 넘치는 윌리엄 버로스, 바로 페드로 알모도바르다. _부흐크리틱-독일 펑크 문화
《마지막 꿈》은 전형적으로 매혹적이고 멜로드라마틱하며 예측 불가능한, 모든 면에서 알모도바르다운 작품이다. _퍼레이드
이 책이 보여주는 깊이와 범위는 정말 놀랍다. 그러나 간결한 언어 구사는 더 큰 놀라움을 안겨준다. (…) 알모도바르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감동적이고, 우아하면서도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_북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