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과 같은 안내자가 있었다면 내 삶이 덜 힘들었을까?”
내면 또는 사회와 갈등을 겪으며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통을 그린 책
제1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아직 아물지 않은 1920년대에 수많은 독일인과 유럽인이 『데미안』을 읽고 절망의 밑바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당시에 『데미안』은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에게 스스로 트라우마의 ‘알’을 부수고 ‘나 자신’만의 자유를 찾으라고 말한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는 어린 시절부터 순수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지만, 내면에 갈등과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는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그에 따른 불안감을 느끼며 성장한다. 그러다 학교에서 만난 데미안에게 깊은 영향을 받는데,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기존의 사회적 규범과 가치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싱클레어가 자신을 찾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싱클레어는 인습과 규범에 얽매인 세상의 낡은 가치관과 부딪치며 방황의 긴 터널을 통과한다. 그 어두운 미로를 빠져나오기 전까지 그는 쓰디쓴 모래알을 씹는 듯한 좌절의 아픔 속에서 고독의 열병을 앓는다. 고통의 가시덤불에서 벗어나려고 술과 유희의 세계로 도피하기도 하지만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와의 대화는 싱클레어 마음속에 있던 데미안의 조언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라’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영향을 받으며 점점 더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외부의 기대와 규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그는 내면의 욕망과 불안, 어둠을 받아들이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계속하며 여러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점차 자신을 알아가고, 결국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자신을 이해하고,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기만의 길을 찾는 과정
작가 토마스 만의 영문판 서문으로 이해하는 헤세와 삶과 『데미안』
“나는 작가 말고는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 아무도 내 갈 길을 막지는 못한다고!” 헤세는 소년 시절 마음속으로 이렇게 수없이 되뇌며 인생의 첫길을 달려갔지만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먹구름 속에서 우는 천둥처럼 성장기의 아픔을 인내한 끝에 헤세의 인생에서 피어난 문학의 꽃은 마침내 그에게 노벨문학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주었다. 이렇듯 헤세는 ‘알’의 껍데기를 부수고 마침내 자아실현의 하늘길로 날아오르는데, 『데미안』에서 알을 깨뜨리고 비상하는 주인공 싱클레어의 모습은 권위적 편견과 인습적 강요의 사슬을 끊고 가장 나다운 ‘나 자신’의 길을 선택한 헤세의 자화상과도 같다.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 또한 물질만능주의와 기술만능주의가 뒤섞인 시대의 한복판에서 가장 나다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스스로 가야 할 ‘운명’의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이 시대가 선호하는 ‘꿈’을 향해 획일화된 인생의 레일을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잠시 방향을 돌려 싱클레어가 그랬던 것처럼 마음의 문을 열고 나 자신 안으로 침잠해 보면 어떨까. 이 시대의 풍조에 따라 만들어진 꿈의 허상을 ‘알’을 깨듯 깨뜨리고 ‘나 자신’이 갈망하고 진심으로 원하는 나만의 꿈을 향해 날아올라 보는 것은 어떨까. 싱클레어가 안내자 데미안을 만나 성숙해졌듯이 우리도 『데미안』을 읽으며 나만의 길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