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간다. 문제를 모르고 지나칠 때도 있지만,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알고도 모른 척 눈감아 버리기도 한다. 내 일이 아니라고 미루기도 하고 문제를 제기해 봐야 아무 소용 없을 거라고 미리 단정 짓고 발을 빼기도 한다.
《오늘부터 시작해!》는 독일 언론인인 크리스티네 크뇌들러, 벤야민 크뇌들러는 현실의 문제를 외쳐 변화를 이뤄낸 청소년 25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환경 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 최연소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이들도 있고, 권위적인 태국 학교 분위기에 반기를 든 네띠윗 촛띠팟파이살, 슬로바키아의 부패 척결을 위해 애쓴 카롤리나 파르스카처럼 낯선 이들도 있다.
학교에 다니며 평범한 일상을 보냈던 이들이 어떻게 현실로 뛰어들어 시위하고 단체를 조직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촉구하게 되었을까? 작가들은 인터뷰, 기사, 책, 연설 등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활동했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놓았다. 그레타 툰베리는 ‘지금 당장 뭔가 바뀌어야 해’라고 생각하고는 학교에 가지 않고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다. 교내 총기 사건에서 살아남은 엠마 곤살레스는 본인이 직접 겪은 총격 사건을 말하며 총기 규제를 촉구하고, 클로뎃 콜빈은 버스에서 백인 여성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는 것으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낸다. 무상 생리대를 주장한 아미카 조지는 어느 날, 아침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고 정부에 청원을 시작한다.
이들의 행동을 꿰뚫는 본질은 단순했다. 바로 세상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25명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만나고 나면, 이들의 순수한 열정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나는 우리가 사는 행성의 미래를 근심하고 돌본다.” _ 솔리 래피얼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책!
반항아 25명이 마주한 문제는 기후 위기 문제, 인종 갈등, 젠더 문제 등 참으로 다양하다. 때로는 무슬림 여성의 소외, 트랜스젠더의 처우, 다민족 간의 갈등, 난민 문제처럼 우리 사회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는 생소한 문제를 마주하기도 한다. 또한 미국의 총기 문제, 태국과 홍콩의 민주화 문제, 슬로바키아의 부정부패 문제, 독일 사회의 우경화 분위기, 러시아의 정치 문제 등 나라별로 서로 다른 문제에 부딪히기도 한다. 《오늘부터 시작해!》를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에, 청소년 반항아들이 부딪힌 문제들은 곧 우리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 모두 그리 낯설지 않은 것들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혐오를 드러내고 물리적인 충돌까지 번지는 일이 생기고, 사회와 단절된 채 자신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웃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기후 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난방비와 냉방비를 걱정하는 이웃이 있고, 날씬한 연예인과 비교하며 자기 몸에 대해 불만을 품는 이웃이 있다. 세상의 불합리는 책 속에, 먼 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다. 그리고 그 불합리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도 멀어지게 된다.
《오늘부터 시작해!》는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통해서 우리가 지금 불합리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젊은 반항아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불편한 것을 불편하다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똑바로 말해야 하는 사람이 내 자신임을 느끼게 한다.
“더 많은 이들이 사회가 부정적으로 변해 가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능동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맞서길 꿈꿉니다.” _ 야콥 슈프링펠트
다양한 저항의 방식을 알려 주고 직접 나설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 책
《오늘부터 시작해!》의 젊은 반항아들의 저항 방식은 동시대의 다른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이들은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시위를 하고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다양한 매체 앞에 적극적으로 나서 목소리를 냈다. 그레타 툰베리는 혼자 1인 시위를 시작하여, 전 세계 사람들이 참여하는 금요 시위를 이끌어 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해외 언론에 탈레반의 만행을 알리는 글을 올렸고, 우마치는 SNS에서 ‘나는 케냐인이다’ 캠페인을 주도했다. 펠릭스 핑크바이너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신념을 퍼뜨리기 위해 ‘플랜트 포 더 플래닛’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혼자가 아니라 여럿일 때, 저항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때로는 예술의 힘을 빌리기도 했다. 멕시코 원주민의 후손인 시우테즈칼은 공동체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고 노래로 표현했고, 우울증 문제를 겪은 엘리제 폭스는 단편 영화를 만들어 자신의 문제를 알린다. 이처럼 직접적인 구호를 외치기보다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선택한 청소년도 있다.
직접적으로 문제 해결이 뛰어든 이들도 있다. 보얀 슬랫은 바다에서 플라스틱을 건져 내는 기계를 발명했고, 미카일라 울머는 레모네이드 사업을 통해 꿀벌을 도왔으며, 헤일리 포트는 노숙인들이 사용할 나무 집을 직접 지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유머를 동원하기도 한다. 미디어에서 흑인들이 언제나 들러리로 출연하는 데 문제의식을 느낀 리걸리 블랙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을 흑인으로 바꿔 포스터를 제작하여 영국 거리에 붙인다. 러시아의 록 밴드 푸시 라이엇은 정부와 교회의 유착 관계를 비판하기 위하여 교회 예배 시간에 나타나 요란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으로 날카롭게 세상을 풍자한 것이다.
젊은 반항아들의 참신한 저항을 살피다 보면, 2024년 겨울 거리를 메운 응원봉이 떠오른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한 모습이다. 《오늘부터 시작해!》에서 만난 청소년들, 그리고 우리가 거리에서 만난 수많은 젊은 반항아들은 세상에 맞서 싸울 때도 마치 축제의 장처럼 평화롭고 흥겹게 만들어 낼 줄 아는 이들이다. 이제 이 간절한 외침에 대답할 사람이자,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다. 《오늘부터 시작해!》라는 제목처럼, 지금 당장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