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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거물 해부도
저커버그, 머스크, 게이츠, 잡스, 베이조스…
이 책의 주인공은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제프 베이조스, 야후의 공동 창업자 제리 양, 우버의 공동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강자들의 대결인 만큼, 또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만큼 구도는 대립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게 저자의 강점이기도 하다. 가령 젊은 저커버그와 그의 우상인 잡스가 대조된다. 2010년 저자가 꾸린 콘퍼런스에서 두 사람이 만났는데, “끊임없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잡스와 달리 저커버그는 매력이나 밀당이 거의 없었다. 그는 말을 더듬고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게다가 저커버그는 시작부터 대놓고 권력과 역사적 의의를 갈망했다”. 저커버그에 대해 한 문장으로 요악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는 말과 진실 사이에서 말을 택했고, 속도와 완성도 사이에서 속도를 택했으며, 규모와 안전 사이에서 규모를 택했다.
잡스와 게이츠의 비교도 흥미롭다. 오랜 앙숙관계였던 두 사람은 저자의 매개로 2003년 대화를 나누었다. 둘을 한자리에 앉히는 것은 만만찮은 일이었다. 저자의 인터뷰 후기는 다음과 같다. “게이츠는 예술과 과학, 창의성과 실용성, 아름다움과 디자인을 융합해 신의 경지에 이른 잡스의 지위에 결코 도달하지 못했다. 잡스는 실리콘밸리에서 쿨 가이로 통한 반면, 게이츠는 괴짜 중의 괴짜로 통했다. 한마디로 게이츠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쁜 아이가 되는 것에 일생을 바친 데 비해, 잡스는 품격 있는 착한 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테크 리더들의 점수를 매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혁신 능력이고, 성격은 차순위다. 잡스는 불법주차 상습범인 데다 동료들에게 상처를 줬으며, 때로 솔직하지 못해 성격 점수는 8점이지만, 애플의 제품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에 혁신 점수는 10점이다. 빌 게이츠는 성격 7점, 혁신 10점이다. 게이츠의 초기 행보는 독과점 등 몹시 우려할 만한 것이었지만 이후 재단을 세우고 기후변화와 백신 문제 등에 앞선 그는 이제 존경할 만하다. 반면 일론의 성격은 무한대로 나쁘고, 혁신 점수 역시 ‘에라 모르겠다’이다. 그는 재미없는 밈을 트윗하고, 대놓고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하며, 동성애 혐오적이고 음모론에 빠져 있어 점수를 매기는 게 불가능하다. 저커버그는 나쁜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혁신 점수가 좋지 않다. 저자는 “사람들이 시시한 제품에 안주하는 건 짜증나는 일이다”라면서 뒤이어 “페이스북이 떠오른다”라고 쓴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윤리적인 면에서도 너무 허술하다. 저커버그의 변명, 과도한 피해의식, 남에게서 훔친 아이디어로 메타버스를 만든 행위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일갈한다. “네 메타버스 개나 줘라, 마크. 개소리 집어치워.”
인물 해부도를 작성하려면 기본적으로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두려움 없는 위험 감수와 광적인 노력, 천재적인 프로그래밍에 맞먹는 자축과 자기기만이 실리콘밸리 정신의 일부”라고 지적하면서 테크 천재들의 전형적인 거짓말을 나열한다.
“돈 때문이 아닙니다.”(돈 때문이었다!)
“명성 때문이 아닙니다.”(명성 때문이었다!)
“우리는 신분적 상징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복장 규정, 전용 주차 공간, 멋진 사무실이 없습니다.”(있었다. 그저 달랐을 뿐.)
“제품에 대한 게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일에 대한 겁니다.”(제품에 대한 게 맞았다.)
디지털 혁신으로 세상을 바꾸길 원했던 젊은 창업자들은 경제적 횡재로 인해 점점 허술하고 부주의한 인터넷 거물이 되어갔다. 이들은 자신이 해를 끼치고 있다는 데이터를 내밀어도 무시했다. 20년간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같은 사이트는 혐오 표현과 유독성 폐기물 같은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 또한 소셜미디어는 젊은층의 우울증 비율을 늘렸는데, 이것은 대체로 개발사들이 그렇게 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커버그는 “기술의 역사에서 가장 부주의하고 위험한 남자”다. 하지만 더 불행한 사실은 그가 최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악은 일론 머스크다.
일론. 저자는 그를 보면 한 편의 멜로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등장인물이 너무 별로인 드라마.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2023년 버전의 머스크를 혐오했을 것이다. 저자는 바보짓이 쌓이고 쌓여 어느 것 하나 트위터(X)를 더 낫게 만들지 못하는 것을 보고 모든 희망을 버렸다. “머스크의 초기 결점은 더 커졌고, 그는 자기 성격의 최악인 부분으로 굳어졌다. 내가 테슬라의 일론이나 스페이스X의 일론에게 항상 동의한 건 아니지만, 트위터의 일론은 실질적인 피해를 끼치고 좋은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 나는 머스크가 큰 문제를 해결하는 큰 아이디어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을 존경했다. 태양 전지판과 우주 로켓, 전기차, 진정으로 놀라운 이 모든 개념에 대해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뭐가 있었겠는가? 알고 보니 아주 많았다.”
저자는 다시 저커버그와 머스크를 비교한다. 저커버그가 테크업계에서 가장 해로운 사람이었다면, 머스크는 가장 실망스러운 사람이었다면서.
소셜미디어 업계가 세상을 망칠 때마다 리더들은 사과와 함께 ‘더 잘하겠다’는 주장으로 대응했지만, 저자는 이들이 “더 잘할 수 없을 것이다”라며 못 박는다. 그 이유는 그들이 무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상 플랫폼이 구축된 방식(플랫폼의 아키텍처, DNA, 기본적인 뼈대)으로 인해 그들은 ‘더 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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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실리콘밸리를 취재하면서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태평하게 실패를 딛고 나아가는 테크 기업가들의 능력이다. 그리고 언제나 궁극적으로 성공하는 이들은 창의적인 사람들이다. 전반전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을 이기고 있었음에도 애플이 게임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창의성 덕분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패의 잿더미에서 다음 세대의 기업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테크업계 거물들이 전용기와 섬에 있는 사무실을 갖추며 세상을 거리낌 없이 돌아다니던 중 이러한 부는 거물들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이 실수하더라도 천재성에는 아무 타격이 없다고 본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를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이 책은 싸움의 한 가지 좋은 본보기다. 저자는 테크업계 거물들과 늘 싸워왔고, 거기서 승리한 전적이 많다. 다른 한편 이 책은 테크 러브스토리다. 저자는 자신이 “기술을 사랑하고, 기술로 살아 숨 쉰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분열, 무규칙, 절규, 환원주의적 특성, 분노, 시간 낭비, 폭동에도 불구하고 테크 분야는 여전히 광활한 약속의 캔버스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테크업계의 평판은 2010년 이후로 계속 추락하고 있지만, 지난 25년을 돌아보건대 AI는 점점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