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나쁜 지도자의 이야기
예로부터 역사에는 수많은 나쁜 권력자가 있었다. 나쁜 왕이 다스리는 동안 나라는 차츰 망가져서 평범한 이들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는가 하면, 최악의 경우 나라가 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21세기를 사는 지금도 나쁜 왕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왕조 시대가 아니기에 그들을 칭하는 이름은 더 이상 ‘왕’이 아니지만, 대신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라는 명패를 달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전횡을 일삼다 국민의 외면을 받고, 끝내 그 자리에서 내려졌다.
《독재 군주의 최후》는 나라를 망가뜨린 역사 속 나쁜 권력자들을 살펴보는 이야기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되풀이하며 존재해 온 폭군들. 그들은 왜 폭군이 되었을까? 도대체 어떻게 나라를 망가뜨렸을까? 그리고 어떤 최후를 맞이했을까?
우리나라의 폭군들
저자는 나쁜 왕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악덕으로 편애와 자만심을 꼽는다. 현명한 왕은 사람을 잘 골라 적재적소에 배치하나, 나쁜 왕은 사람을 골라 쓰는 데 서툴러 능력보다는 자기 비위를 맞추는 이들을 편애하여 등용한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조선 세종대왕의 장영실 발탁이나 중국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양위한 것이 있으며, 후자로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섯 명의 왕을 들 수 있다. 또 나쁜 왕들은 자신감이 넘치는 게 아니라 자만하여 제멋대로 모든 걸 휘둘렀으며, 실패하면 남 탓, 세상 탓을 일삼다가 몰락했다.
신화시대의 지도자와 중국 왕조의 폭군들, 우리나라 고대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소개하고, 본격적으로 우리 역사상 폭군이라 부를 만한 여섯 왕, 곧 고려 의종과 공민왕, 조선 연산군과 선조, 광해군, 인조를 살펴본다. 이들은 대부분 난세에 태어나 국내외로 어려움에 봉착한 데다 정통성의 문제, 신권의 견제 등으로, 혹은 본인의 능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나쁜 왕이 되었다. 그리하여 나라의 멸망을 앞당기거나 스스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으며, 당대에 그 업보를 받지 않았더라도 시대와 나라가 바뀐 뒤에 역사로 남아 오래오래 비난받고 있다.
이 여섯 왕은 이기적이고 무책임했으며, 자기를 과신해 오판을 일삼고, 제멋대로 국정을 농락했다. 아부하는 이들을 측근으로 등용하면서 조정이 간신으로 가득 차기도 했고, 제 욕심에 찌들어 금은보화를 축재한 일도 있었다. 이렇게 왕의 그릇을 지니지 못한 자들, 제대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자들이 왕이 되니 당연히 백성의 삶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폭군의 몰락을 딛고 부활하다
저자는 역사 속 폭군 이야기의 끝은 우리의 해피엔딩이라고 단언한다. 폭군은 쫓겨나 비참하게 죽고 나라는 폭군의 몰락 위에서 다시금 부활하니, 이 고통스러운 이야기들을 살펴보는 것은 어떻게 내 삶을 평온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 준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역사의 오답 노트’라고 한다. 폭군의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그 이야기를 복습함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역사의 시험에서 괜찮은 답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과거의 정치는 역사가 되고, 역사가 쌓여 지금의 현실이 되니, 훗날 우리가 사는 시대도 역사가 될 것이다.
※ 이 책은 2009년 발행한 《폭군의 몰락》에 새롭게 내용을 덧붙인 개정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