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특징]
● “진지한 건 우리랑 안 어울려!”
어린이들의 유쾌하면서도 즐거운 일상을 담은 만화
《진지한 건 내일 할래!》는 일러스트레이터 주쓰가 어린이 교양서 〈고래가 그랬어〉에 약 3년간 연재한 그래픽노블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토순이, 빵지, 옹심이, 캔디, 맛용이 등 귀엽고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을 통해 편의점, 도서관, 학교, 영화관 등의 익숙한 배경 안에서 매일매일을 이어 가는 어린이들을 그린다. 제목처럼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어린이가 보내는, 어린이라서 겪는 일상과 경험을 유머와 위트로 버무려 냈다. 크고 복잡한 서사가 있는 장편이 아닌 열두 페이지 분량 안에서 기승전결을 보여 주는 단편 만화 모음으로, 각 편마다 나름의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유쾌하고 다정한 세계를 보여 준다.
● 점점 더 확장하는 다양성의 세계
《진지한 건 내일 할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가 다른 생김새를 지녔다. 토순이는 토끼, 빵지는 식빵, 캔디는 유령, 옹심이는 강아지다. 각 에피소드의 단역들도 사람(사람도 동그란 얼굴, 세모난 얼굴, 네모난 얼굴 등 다양하다), 먼지, 거북이, 닭, 오이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작품 속 캐릭터들은 서로의 다른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그것에 주목하지 않는다. ‘나’와 ‘네’가 다른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저 내 친구, 내 이웃의 모습일 뿐이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진지한 건 내일 할래!》 세계에서 오히려 당연하지 않는 것이다.
더불어 이번 2권에 새롭게 등장한 맛용이를 보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따뜻한 남쪽 나라의 소수 민족이었던 맛용이네 가족은 ‘용기를 내어’ 토순이, 옹심이, 캔디, 빵지가 사는 찹쌀 마을로 이사를 온다. 네 아이들은 맛용이를 처음에는 무서워하기도 하고 신기해도 하지만 그 뿐이다. 그저 함께 놀 수 있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 맛용이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기쁨으로 다가온다.
또한 네 주인공 아이들의 가족 구성 역시 보편적이지 않다. 빵지는 이모 둘과 함께 살고, 토순이는 할머니 손에서 자란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은 그저 드러날 뿐, 이에 대해 언급하거나 주목하지 않는다.
이렇듯 주쓰 작가는 귀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의인화된 캐릭터들을 통해 ‘다양성’이라는 필수 개념을 어린이 독자들에게 은은하고 자연스럽게 전한다. 또한 그 개념을 알고 있고 심지어 주창하면서도 여전히 나와 다른 사람, 약자, 소수자 들을 편가르고 포용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 작지만 큰 경종을 울린다.
● 배꼽 잡고 깔깔대다가도 마음 한구석이 따스해지는 ‘주쓰 유니버스’
주쓰 작가는 귀엽고 키치하면서도 어딘가 하드코어하고 그로테스크한 캐릭터들로 먼저 사랑을 받았다. 《진지한 건 내일 할래!》는 그런 주쓰 작가의 세계관을 확장하면서도 조금은 더 보편적인 감성을 넣어 표현한 ‘순한 맛’ 작품으로, 어린이 독자들은 물론, “귀여운 것이 최고!”를 외치는 성인 독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것이다.
또한 주쓰 작가 특유의 유머 코드와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에서 캐릭터들이 ‘꽈당!’ 하고 뒤로 넘어지는 장면이나 대사 없이 그림으로만 표현한 에피소드, 어린이 특유의 손 글씨와 그림체를 살려 만화를 표현한 에피소드 등 예전 어린이 만화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도 많이 담고 있다. 더불어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네 주인공들의 마음씨는 깔깔대며 웃다가고 책을 꼭 끌어안고 싶어질 만큼 따숩고 다정하다.
이렇듯 《진지한 건 내일 할래!》는 유머와 감동, 번뜩이는 센스가 모두 함축되어 있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주쓰 유니버스’의 등장을 알릴 작품으로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할 것이다.
[등장인물]
ㆍ 맛용이
남쪽 나라에서 온 전학생. 책가방에 늘 허기를 채워 줄 간식이 한가득일 정도로 먹는 것에 진심. 고향에서 있는 옛 친구들도, 찹쌀 마을에서 만난 새 친구들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씨 따뜻한 천하장사.
ㆍ 토순이
산만하지만 누구보다 긍정적인 마음의 소유자. 매운 라면을 좋아하고, 늘 가방에 꽹과리를 가지고 다녀 친구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ㆍ 빵지
토순이와 유치원 때부터 친구. 그림, 특히 만화를 잘 그린다. 약간은 소심하고 겁이 많은 편이지만, 하고 싶은 말은 솔직하게 다 한다.
ㆍ 옹심이
똑똑하고 용감하다. 친구들에게는 다정하지만 동생에게는 엄격하다. 가끔 욱할 때가 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ㆍ 캔디
네 친구 중 개그 담당. 미제 사건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기 때부터 함께한 애착 물개 인형 ‘토리’를 무척이나 아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