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새를 만나고 모든 것이 달라지다
저자는 국제 정치와 인권 분야에서 활약하는 탐사 저널리스트였다. 중남미의 혁명 세력과 협력하고 독재자의 민간인 학살을 조사하는 일을 했으며, 미국 남부의 증오범죄를 연구하기도 하는 등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자연환경에는 아무 관심이 없어서, 중남미의 정글을 탐사하러 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아직도 시신의 수를 세고 있는 나라에서 쌍안경을 메고 지프를 타고 돌아다니며 새와 원숭이 수나 세고 있는 배부른 외국인들이라고.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저자는 환경학 박사가 되어 대학교에서 탐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탐조”라는 이 수업은 대학생들과 지역의 중학생을 짝지어 탐조 활동을 진행하면서 주변 자연환경과 지역 사회를 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자는 이 수업을 통해서 탐조가 자기 자신을 돕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변화시킨 것일까?
허리케인과 아버지가 알려준 새들의 노랫소리
이 책은 저자가 우연히 새를 만나 상실로부터 회복하고, 새로운 변화와 연대로 나아간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순탄했던 저자의 삶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송두리째 뽑힌다. 그가 2005년 뉴올리언스의 로욜라대학교에서 저널리즘 강사 자리를 제안받고 그 지역에 집을 마련해 이사를 간 지 한 달 만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다. 저자의 집을 포함해 그곳의 모든 것이 쓸려나가 호수와 강에 버려졌다.
카트리나라는 거대한 재난으로 큰 상실과 깊은 좌절에 빠진 그를 구한 것은 한 마리의 새였다. 어느 날 폐허 사이에서 울려 퍼진 새의 날카로운 금속성 울음소리. 그것은 “허리케인이 초토화시킨 마당에도 뭔가 아름다운 것, 야생성을 가진 것, 살아 있는 것”이 있다는 의미였다. 저자는 밖으로 달려나가 그 새를 품에 안고 싶을 정도의 애정을 느낀다.
오랜 시간 반목해온 아버지의 암 투병도 저자를 새와 만나게 한다. 보수적인 아일랜드계 천주교도인 아버지는 진보적이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저자와 연을 끊고 지냈지만, 암으로 살날이 얼마 안 남자 딸을 만나고 다시 대화를 시작한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돌보는 새와 식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병세가 악화되는 와중에도 새 먹이대에 모이를 채우고 새들을 관찰하는 아버지를 보며 저자는 생각한다. 어쩌면 탐조에 삶을 살아가게 만들 비법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도 참새에게 먹이를 주며 탐조를 시작한다. 저자는 그 이후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상실과 회복을 거쳐 변화와 연대로
새를 통한 개인적인 회복과 치유 과정 다음에는, 새를 위한 저자의 사회적 행동이 이어진다. 그 시작은 자신의 탐조 장소인 집 근처 워너공원이 개발될 거라는 소식이었다. 저자는 예전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취재하고 국제기구와 협력하는 등 큰 활동만 하며 지역의 정치에는 관심 없었지만, 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난생처음 ‘동네 정치’에 나서게 된다. 동네 모임에 참석하고, 공원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공원에서 만난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직접 구운 애플파이를 먹으며 같이 공원을 지켜낼 계획을 논의하기. 그러면서 자신이 “그냥 세계 시민이 아니라 한 장소의 시민”이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이제까지는 《뉴욕타임스》가 세상에서 가장 힘 있는 미디어라고 믿어왔지만, “내가 사랑하는 장소, 바로 내가 살아가는 장소를 지키는 데는 지역신문이나 동네 무가신문”이 더 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저자와 동료들은 공원을 지키자는 여론을 모으고 다 같이 공개 회의에 참석해 공원에 주차장을 만들고 상업시설을 설치하려는 계획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와일드워너Wild Warner라는 이름의 모임을 정식으로 결성해 공원을 지속적으로 지키는 활동에 나선다. 와일드워너는 오래된 가시참나무가 잘려나가는 걸 막고, 도로를 넓히려 단풍나무를 베어내려는 걸 막고, 또 콘크리트 운하를 자연 개울로 복원하도록 시를 설득했다. 그 지역 최대의 불꽃놀이 축제가 중금속 쓰레기를 호수에 버리고 있다는 것을 밝혀서 끝내 폐지시킨 것은 이 모임의 큰 성취 중 하나다. 생태교육에도 힘을 기울여 세 곳의 대학과 초중등학교의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1000명 이상의 어린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500여 명의 탐조멘토들을 훈련시키기도 했다. 이 책의 후반부는 ‘세상을 바꾸는 탐조Birding to Change the World’라는 원제에 걸맞게 탐조가 어떻게 사회 변화와 연대 활동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새를 관찰하는 눈으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다
탐조는 환경문제를 넘어 더 큰 사회정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저자에게 이 점을 깨우쳐준 것은 워너공원에서 만난 미스터엠이라는 흑인 노인이다. 남부의 아칸소주에서 인종차별을 피해 위스콘신으로 온 미스터엠은 여기서도 공원을 산책할 때 인종차별적 시선을 자주 받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저자와 함께 있을 때도 지나가던 백인 남성이 ‘흑인 남자랑 백인 여자라니’라는 듯한 찡그린 표정으로 자신들을 피해 갔다고.
이 만남을 계기로 저자는 유색인종이 인종차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탐조 등의 야외활동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워너공원에서 산책이나 조깅을 하는 것도 주로 백인이었다는 것도. “백인이 불쾌하게 반응하거나 심지어 나를 괴롭히고 해칠까 봐 걱정이 든다면 ‘긴장을 풀기’ 위해 아름다운 장소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자신이 진행하는 탐조 수업에서 사회정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 유색인종 아이들의 멘토가 된 중산층 대학생들이 아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대학생 멘토들은 “어떤 아이들은 공원에 있는 언덕에서 굴러서 옷이 더러워지면 집에 가서 혼난다는 사실”을 배우고 “어째서 자신들은 야외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어째서 자신의 부모들은 자식들과 함께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하고, 스키를 타고, 래프팅 등등을 할 자원”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새를 관찰하는 눈으로 차별과 사회정의의 문제를 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은 재난, 트라우마, 회복, 화해, 환경, 교육, 풀뿌리 민주주의, 사회정의 등등 놀랍도록 다양한 주제들을 ‘새’라는 테마를 통해 연결하고 있다. 저자는 빼어난 스토리텔링으로 새에서 출발해 그 이상으로 나아가며 어떻게 새를 관찰하는 것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회 변화를 위한 도구가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홀로 있던 새들이 점차 무리를 이루어 막강한 집단이 되듯이, 새를 중심으로 한 저자의 세계가 점점 넓어져 사회를 바꾸는 힘을 얻어 가는 과정이 인상적이고 주목할 만하다. 자연 속에서 배운 교훈을 활용해 지역 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향해 가는 저자의 여정은 새와 자연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교육, 환경 운동, 커뮤니티 활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반짝이는 영감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