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언제나 다정히 찰랑찰랑하다. 넘치면 집착이 되고 부족하면 방임이 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엄마는 찰랑찰랑 곱고 예쁘다.
내가 이렇게 오래 다정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지금 막 두 손 비벼 다정의 불을 피우는 젊은 엄마에서부터
오십이 넘은 나를 아가라고 부르는 우리의 엄마들까지
당신들의 무한한 다정에 존경과 우정을 담아 감사를 드린다.
엄마라고 부르며 ‘영원불멸의 열정’이라고 새긴다.”
-작가 노트-
“너무 뜨거워.
바다가 다 말라 버릴지도 몰라.
내가 금이 가 깨져 버릴지도 몰라.”
세상 모든 엄마는 붉다. 자신을 아낌없이 내주면서 열정적으로 가족을 돌보느라 활활 불타오르는가 하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에너지를 발산하다 온몸이 피로와 화로 붉게 물들기 일쑤다. 그림책 속 엄마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과 돌봄에 지쳐서 휴가지에서나마 온전한 자기만의 시간을 겨우 꿈꿔 본다. 드디어 홀로 파라솔 아래 누워 키득키득 웃으며 너무 즐거워하는 엄마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그렇게라도 쉬고 싶어 하는 엄마의 현실이 안쓰럽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거센 바람이, 맹렬한 햇빛이, 엄마를 가만두지 않는다. 바람에 날아가는 파라솔을 붙잡으려 고군분투하는 엄마. 그 모습은 보통 엄마들의 고단한 일상과 오버랩되면서 독자에게 마음 한편이 뭉클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날아간 파라솔 때문에 뜨거운 햇볕에 점점 시뻘게지는 엄마의 모습은 지칠 대로 지친 우리 엄마들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빨간 볼펜의 무수한 선으로 표현된 붉은 엄마의 모습은 ‘정말 엄마는 괜찮을까?’ 하는 감정을 독자에게 불러일으켜 촘촘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이로 인해 독자는 엄마의 감정에 완전히 몰입하게 한다.
“나는 붉어요.
붉어서 좋아요.
사랑이 가득한 뜨거운 붉은 엄마예요.”
엄마는 고맙고 위대하다. 아이들은 더 고맙고 더 위대하다.
모든 부모에게 아이들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세상에 나온 아이가 숨을 쉬고, 손가락을 움직이고, 말을 하며 눈을 마주칠 때 더할 나위 없는 고마움과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아이에 대한 돌봄은 사춘기를 지나 청년이 되어도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가끔은 잠시 쉬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래서 엄마는 고맙고 위대하다. 하지만 이런 헌신과 희생의 대가로 아이들에게 받은 사랑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아이들을 따가운 빛으로부터 가려 주려고 했지만. 되레 아이들은 더 큰 사랑으로 세상 모든 걱정과 슬픔을 가려 준다. 그림책 속 아이들이 파라솔보다 훨씬 더 시원하고 아늑한 그늘을 엄마에게 선사했듯이 말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엄마보다 더 고맙고 더 위대할지 모른다. 엄마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그 빛나는 순간을 《붉은 엄마》를 통해 간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