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리움의 원리, 명확히 설명한 첫 번째 책
이 책은 너새니얼 워드가 어떻게 테라리움의 원리를 발견하게 되었는지 처음 밝힌 책이며, 테라리움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기술한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처음 식물》의 저자인 신주현 시인은 〈추천의 글〉에서 “국내에 테라리움이 소개되는 과정에서 닫혀 있는 유리 상자를 의미하는 ‘클로즈드 케이스(The closed case)’가 ‘밀폐 상자’로 오역되어 마치 완전히 밀폐된 환경에서도 식물이 생존할 수 있다는 오해를 줄 여지가 있었다”면서 “너새니얼 워드에 따르면 워디언 케이스는 뒤트로셰의 삼투압 원리와 그레이엄의 기체 확산 법칙이 자연스럽게 적용된 결과물로, 닫혔지만 공기가 순환되는 원리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금껏 테라리움 원리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테라리움의 창시자가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어떻게 닫아놓은 유리병 안에서 고사리가 싹을 틔우지?’
작은 유리병 하나가, 전 세계에 바나나 보급한 주인공 되다
1829년, 영국의 의사이자 식물학자 너새니얼 워드는 우연히 유리병 속에서 자란 숫고사리의 싹을 발견했다. 그는 닫아놓은 유리병에서도 식물이 생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식물 운송 기술로 활용하여 워디언 케이스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워디언 케이스는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대기 오염이 심한 도시에서 식물을 보호할 수 있었으며, 해상 운송에서 식물들 살아남을 수 있는 비밀을 담고 있었다. 또한,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과일인 바나나 품종 ‘캐번디시 바나나’ 역시 1839년 영국의 윌리엄 캐번디시 공작이 최초로 워디언 케이스에 바나나 나무를 담아 지금의 사모아 제도로 운송하는 데 성공하면서, 바나나 재배의 서막을 알리기도 했다.(p. 133 참고)
식물을 넘어 지속가능한 청정 지구를 꿈꾼
휴머니스트이자, 사회개혁가
너새니얼 워드는 단순히 워디언 케이스로 식물을 보호하고 운송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 원리를 활용하여 건축가들과 함께 폐결핵 환자들에게 청정한 공기를 제공할 수 있는 요양소 건립을 구상한 휴머니스트였다.또한 식물에게 빛이 중요한 만큼 인간에게도 빛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당시 영국에서 시행되던 창문세(창문의 개수만큼 세금을 부과한 제도)를 비판하며 실내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사회개혁가였다.이 책의 출간은 실내 가드닝과 테라리움에 관심 있는 가드닝 애호가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식물 키우기와 환경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의미가 크다.《테라리움 잘 만드는 법》의 저자 김윤구 작가는 “이 책은 200여 년 전, 식물을 사랑한 한 의사의 열정적 실험과 발견을 통해 테라리움의 역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그 작은 식물 상자 하나가 현대 가드닝 역사에 얼마나 큰 혁신과 변화를 일으켰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라면서, “시조의 책을 직접 읽을 수 있게 되어 설렐 뿐 아니라, 테라리움의 원리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바이블이 출간되어 테라리움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