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베트남 난민과 한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75년부터 1993년까지 한국에 들어온 베트남 난민들의 경험과 그들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포괄적으로 탐구하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와 성장을 조명한다. 이들의 여정과 한국 사회와의 상호작용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넘어, 현재와 미래의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난민들의 여정, 한국 사회의 대응, 그리고 이를 통한 한국의 변화를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심도 있게 분석했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됐다. 첫 번째 파트인 “1975년 베트남 난민의 한국에서의 시간”에서는 사이공 함락 직후 발생한 베트남 난민들의 여정을 다뤘다. LST함과 쌍용호를 통해 부산에 도착한 난민들의 구조 과정, 한국 정부와 대한적십자사의 구호 활동, 그리고 난민들의 한국 사회 정착 및 제3국 재정착 과정을 상세히 기술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대규모 외국인 난민을 수용하면서 겪은 혼란과 적응의 과정, 그리고 베트남 난민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두 번째 파트인 “1977-1993년 한국 항구와 베트남 보트피플의 여정”에서는 이른바 "2차 베트남 난민"의 유입과 정착 과정을 다뤘다. 베트남 난민보호소의 설립과 운영, 한국 선박들의 난민 구조 활동, 국제사회와의 협력, 그리고 난민 수용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갈등과 변화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특히 1977년부터 1982년까지의 초기 보트피플 유입 시기와 1983년부터 1993년까지의 후기 보트피플 유입 시기를 구분하여 각 시기의 특징과 변화를 상세히 기술했다.
세 번째 파트인 “한국 문학의 거울에 비친 베트남 난민의 경험과 실존”에서는 베트남 난민을 소재로 한 한국 문학 작품들을 분석했다. 「사랑 그리고 이별」, 「처녀 아리랑」, 「빨간 아오자이」, 「시간의 門」, 「제3의 신」, 「보트피플」 등의 작품을 통해 베트남 난민이 한국 문학에서 어떻게 재현되었는지를 살펴봤다. 이 작품들은 베트남 난민의 정체성, 한국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실존적 고민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특히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2세의 정체성 문제, 난민들의 생존과 적응을 위한 노력,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 변화에 초점을 두었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베트남 난민 문제가 한국 사회에 미친 다층적인 영향을 포괄적으로 분석했다. 난민 수용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인도주의적 대응과 그 한계, 사회적, 문화적 갈등과 변화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협력 양상을 심도 있게 고찰했다. 더불어 베트남 난민보호소와 난민 수용을 둘러싼 현실 세계뿐 아니라 문학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베트남 난민이 한국 사회의 일부가 되어 가고 우리의 관심과 의식을 확대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특히 이 책은 베트남 난민을 단순 피해자나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주체로 그려냈다. 난민들의 생존과 적응을 위한 노력, 한국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문화적 교류, 그리고 재이주지와 재정착지를 찾아 나서는 노력 등에도 초점을 두어 묘사했다. 이를 통해 난민 문제가 단순히 정책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개별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그리고 사회의 포용성과 다양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