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을 과감하게 제시하는 통치철학
《군주론》은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정치가, 마키아벨리가 피렌체 공화국 통치자였던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2세 데 메디치(1492~1519)에게 올린 정치론이다. 그는 헌사에서 ‘전하를 향한 충성심의 증거로써’ 준비한 선물이며, 고대 정치제도의 연구를 통해 알게 된 효과적인 ‘군주의 통치’에 대해 정리한 소책자라고 밝힌다.
마키아벨리는 고대의 역사 속에서 정권을 쟁취하거나, 몰락하는 과정에는 속임수와 배신, 교활함, 사악함 등등이 연루되어 있다고 말한다. 15세기 말 피렌체의 수도사 사보나롤라의 경우, 강력한 종교적 열정과 도덕적 신념으로 신정정치를 펼쳤으나 극도의 혼란을 야기한 채 광장에서 화형을 당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선한 통치자가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통치자)에게 요구한 능력, 즉 권력을 빼앗기지 않고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백성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동시에 두려움을 품도록 해야 하며’(82쪽) 그것은 ‘잔인한 수단들이 제대로 사용되었는지, 혹은 잘못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나타난다.’(91쪽) 군주에게 미덕(virtu)은 정직함과 신뢰가 아니라 ‘운명에 맞서 견뎌내는 능력이다.’(197쪽) 등등은 도덕적 이상보다는 실용적 방식의 냉철한 통치론이었다.
마키아벨리의 과감한 통찰은 당시 이탈리아와 자신의 조국 피렌체의 존망이 예측하기 힘든 정치적 상황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주장했던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군주론》은 정작 당대 통치자의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필사로 전해졌고, 마키아벨리가 죽은 지 5년 후인 1532년 교황 클레멘스 7세에 의해 출간되었다. 하지만 1559년 교황 파울루스 4세는 ‘악마의 사상’이라며 금서로 지정했다.
국가전략, 리더십, 심리학을 아우르는 탁월한 지침서!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당연하게도 당대의 메디치 가를 통해 구현될 수 없었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본성을 꿰뚫은 마키아벨리의 통찰력’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관대하다는 명성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군주는 결국 과도한 세금과 자금 축적을 위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여 백성들에게 부담을 주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일들로 인해 군주는 백성들에게 미움을 받게 되며 갈수록 궁핍해지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존경하지 않게 됩니다.”(135쪽)
이처럼 ‘관대함의 미덕’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을 거부한 새로운 시각으로 《군주론》에 접근해보면 그가 주장하는 일관된 주제, 즉 통치자의 전략적 사고와 실용적인 접근에 필요한 능력들이 오늘날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응용될 수 있는 실천적 지혜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성공적인 군주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그래야 기회를 인식하고 포착할 수 있다. 위기의 순간, 군주는 빠르고 단호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상대보다 생각이 앞서야 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위기의 순간에 전략적 사고의 핵심을 담고 있는 그의 통찰은 르네상스라는 시대적 틀을 걷어내고 바라볼 때 아주 명쾌한 정치철학서가 된다. 또한 인간 심리의 치명적인 결함을 직시하게 함으로써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국가와 기업의 지도자들에게는 리더십과 처세술, 인간 개개인에게는 험난한 인생의 지침이 되는 실용철학서로 읽혀질 수 있다.
《군주론》의 비윤리적 주장은 종종 오해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나폴레옹과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들의 권력욕을 오염시켰다. 그러나 냉철한 이성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어리석은 군주 또는 지도자는 나라와 백성을 파멸로 이끌게 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셈이다. 《군주론》은 윤리적 기준과 정치적 현실의 관계를 심도 깊게 탐구하며 읽을 때 의미 있는 독서가 된다.
이 책에는 보다 입체적으로 《군주론》에 접근할 수 있도록 15~16세기의 이탈리아의 역사적 상황과 인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 역자 주석, 삽화 등이 부록으로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