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함을 잃지 않고 폼페이를 탈출한 소년 이야기
로마 제국의 폼페이. 며칠째 땅이 심상치 않게 흔들린다. 노예 소년 마르쿠스는 불길한 생각에 휩싸이지만, 사람들은 산 밑에서 잠자고 있는 괴물이 깨어나서 그런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마르쿠스는 거리에서 만난 거지 할머니에게 선행을 베푸는데, 할머니는 곧 세상이 불에 탈 것이며, 그땐 메르쿠리우스의 손을 따라가라는 묘한 말을 건넨다.
그러던 중 마르쿠스는 검투사 행진 대열에서 헤어진 아빠를 발견한다. 주인이 아빠를 검투사로 팔아 버렸던 것이다. 마르쿠스는 꾀를 내어 아빠를 구출하고, 두 사람은 함께 베수비오 산으로 도망친다. 산에 오르면서 산짐승이나 풀벌레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물줄기도 말라 있다는 사실을 문득 알아챈다. 곧 숨 쉬기가 힘들 정도로 독한 냄새도 나고, 땅도 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과학자였던 예전 주인 덕분에 과학에 밝은 마르쿠스의 아빠는 곧 화산이 폭발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러 마을로 내려간다. 베수비오 산은 곧 사나운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하늘 높이 시커먼 연기와 거대한 불꽃을 쉴 새 없이 토해 낸다. 노예 따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던 사람들도 그제야 허둥지둥했고, 마르쿠스의 아빠는 돌덩이를 맞고 의식을 잃는다. 그 순간 마르쿠스는 거지 할머니가 건넨 묘한 말을 번뜩 떠올리고는 출구를 찾아 아빠와 함께 가까스로 폼페이를 벗어난다.
재난 속에서 빛을 발하는 영웅의 참된 의미
저자는 베수비오 산이 폭발한 시대적ㆍ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책 속에 고대 그리스ㆍ 로마 신화 속 영웅들을 초대했다. 마르쿠스는 위기에 맞닥뜨릴 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웅들을 떠올린다. 영웅들도 공포와 절망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마르쿠스는 영웅들을 생각하며 기지를 발휘하고, 용기를 내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런 마르쿠스 앞에 신화 속의 영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영웅이 나타난다. 사람들에게 화산이 폭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러 목숨 걸고 폼페이로 향하는 아빠에게서, 신화 속에만 존재하던 영웅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폼페이를 빠져나가기 위해 지하 터널을 기어가면서 죽음의 공포와 싸울 때에도 마르쿠스는 자신이 주인공인 영웅 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리며 견뎌 낸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영웅이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누구라도 용기만 낸다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재난 현장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수많은 생명을 구한 사람들은 사실 평범한 이웃이었다는 뉴스를 우리는 적지 않게 들어왔다.
화산 폭발 전후 상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 주는 현장감 넘치는 글
저자는 베수비오 산이 어떻게 폭발해 가는지를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화산 폭발의 전조부터 폭발이 일어나면서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모습, 산꼭대기에서 불길과 연기가 솟구쳐 오르는 모습, 화산재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불똥이 눈보라처럼 흩날리는 모습, 시커먼 연기 구름이 폼페이를 덮치는 모습, 불꽃을 내뿜는 바윗덩어리가 쏟아지는 모습이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또렷하여, 마치 독자들이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노예 소년 마르쿠스 이야기도 긴장감이 넘쳐 한눈을 팔 사이도 없이 단번에 읽힌다. 마르쿠스가 헤어진 아빠와 거리에서 마주치는 장면, 꾀를 내어 아빠를 구출하는 장면, 거지 할머니의 말을 기억해 내 지하 터널을 찾는 장면 등은 독자들을 가슴 뭉클하게 하다가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또한 노예 제도, 놀이 문화, 음식 문화, 건축 문화 등 로마 제국의 문화와 일상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것 같은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백두산 화산 폭발의 위험이 꾸준히 제기되는 우리나라, 과연 안전할까?
책 말미에 실린 ‘한눈에 보는 재난 이야기’에서는 베수비오 산 폭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싣는 한편, 화산이 폭발하는 이유와 과정을 알아본다. 또한 우리나라에 화산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며, 특히 폭발 위험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백두산에 대해서는 더욱 자세히 알아본다. 어떻게 화산 폭발을 미리 알 수 있는지도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