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의 시(詩)들은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시인은 리스트의 위안 3번을 들으며 과거의 기억들을 꺼낸다. 폭우 속에서, 홍수에 떠내려가던 어머니를 바라보는 꿈, 그리고 현실 속에서 외로움을 경험했던 순간들이 교차한다. 이 시를 통해 시인은 인간이 겪는 상실과 그 안에서의 위로를 이야기한다. 위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한 곡의 음악, 한 잔의 커피, 한 줄의 시가 우리를 위로할 수도 있다. 시인은 그저 마음의 평안을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또한 ‘비 오는 노래가 공간을 마음한다’에서는 베토벤의 하머클라비어 소나타를 들으며 인생의 무상함을 이야기한다. “삶은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는다. 삶은 죽음에 닿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라는 구절에서 보이듯, 시인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사유하며, 그것이 결국 하나의 흐름임을 깨닫는다. 이 시집의 또 다른 특징은 음악과 함께 시가 쓰였다는 점이다. 각 시에는 특정한 곡과 함께 커피의 종류가 언급되는데, 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인이 그 순간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자 독자가 시를 체험하는 방법이 된다. ‘당신과의 에스프레소’에서는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을 들으며 부드러운 바다의 풍경과 한 모금의 커피를 함께 음미하고, ‘눈물’에서는 베토벤의 변주곡을 들으며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속에서 느낀 감정을 담아낸다. 이처럼 이 시집은 ‘읽는 것’을 넘어서, ‘듣고, 마시고, 느끼는’ 시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