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우리 가족이 가장 안전할 수 있는 곳으로!
하지만 현실은, 아시아에서 온 이 가족을 피하라
코로나바이러스가 홍콩을 덮치자 엄마는 열두 살 보웬, 열 살 녹스, 여섯 살 레아를 데리고 미국 캘리포니아로 피신하겠다는 최종 결정을 내린다. 미국은 그들의 고국이기도 하고 의료 기술이 발달해 안전한 나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정 단 이틀 만에 엄마와 세 남매는 비행기에 오른다. 직장 때문에 따라갈 수 없는 아빠를 남겨 둔 채.
미국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기쁨도 잠시, 그들을 맞이한 고국은 혹독했다.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도중 택시 기사는 승객이 아시아에서 왔다는 사실에 몸을 사려 그들을 짐짝처럼 중간에 내려놓는다. 버스와 기차의 승객들은 그들과 나란히 앉아 편안하게 가느니 그들과 떨어진 채 서서 가는 불편함을 택한다. 학교에서는 보웬을 바이러스 취급하고, 마트에서 한 구매자는 엄마를 피해 긴 줄의 맨 끝으로 가는 수고를 감수한다. 아시아인 가게를 이용하지 말자는 혐오 발언이 인터넷 사이트를 물들이고, 극심한 인종차별주의자는 보웬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폭언을 진심 담긴 충고인 듯 내뱉는다.
안전을 위해 찾아간 고국.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예외 없이 미국에도 찾아든다. 그저 도착이 늦었을 뿐.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자 아시아인을 두 팔 걷고 배척하는, 깨진 유리가 박힌 모래 씨름판의 면모를 드러낸다. 녹스의 엄마가 어린 시절 미국에 이민을 와서 느꼈던 차가운 불쾌함보다 나아진 것이 없었다.
가족 개개인을 위협하는 재난!
아빠, 우리 언제 다시 같이 살아요?
나를 경계하는 눈초리들. 녹스가 집 밖에서 느끼는 이 낯선 서글픔을 집 안에서 위로받았을까? 그 정도로 집은 안온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았다. 사회적 재난은 가정으로 스며들어 개개인을 위협했으니까.
홍콩에서 은행원이었던 엄마는 미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뒤 실직당했고, 그 바람에 가족의 의료보험 혜택도 사라졌다. 아빠는 홍콩에서 변호사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음에도 경제 위기에 월급이 줄어들어 급기야 홍콩 집을 판다. 보웬은 원하던 사립학교에 가지 못해 불만족스러운 가운데 육상부 아이들에게 아시아인이라서 억울하게 비난당한다. 늘 인기 있던 레아였지만 새 학교에서는 우정 벤치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는 형편이다. 녹스는 학교에서 또 마트에서 자기도 모르게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러한 일을 거치면서 자신에게 ADHD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돼 혼란스럽다. 네 사람 모두 새로운 환경에서 거칠고 예민해졌다. 서로 부딪히면 와장창 깨질 것처럼.
녹스는 힘들고 피하고 싶은 순간이면 ‘아빠’를 찾는다. 하지만 아빠는 곁에 없다. 멀리, 아주 멀리 있다. 큰 문제다. 아빠는 우리 집 최고의 요리사고, 집안일의 고수고, 육아의 달인이다. 모든 면에서 집안의 구심점이다. 게다가 녹스가 마음을 터놓는 유일한 베프다. 엄마, 보웬, 녹스, 레아 넷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아니 지금 당장 필요한 존재, 함께 살고 싶은 존재다. 그러니 아빠를 미국에 데려오리라, 녹스는 결심한다.
열 살 녹스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빠를 모셔 올 방법은 무얼까. 가능은 할까. 아빠를 데려오려는 마음이 절절할수록 그걸 성공시키기 위한 녹스의 좌충우돌은 계속된다. 절망스럽고 어려운데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녹스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혐오와 배척
앞으로 계속 읽힐, ‘우리’를 위한 이야기
가족이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다면? 떨어져 있는 가족이 너무도 소중하다면?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가 거미줄처럼 지구를 감싸고 있다면? 그래서 비행기도 줄줄이 취소되고 한 자리 남은 비행기 좌석값이 한 달 월급이라면? 그런데 당신은 열 살이라 한 달이건 하루건 일할 수 없다면?
《접근 금지 가족》의 주인공 녹스가 봉착한 현실은 COVID-19라고 명명조차 되지 않던, 팬데믹 첫해의 장면이다. 당시 전 지구인은 미지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상대로 각자의 위기를 겪었다. 백이면 백 서로 다른 처지에서 적을 상대로 싸웠으니 그 형태는 백 가지다. 그렇지만 백 개의 경우를 관통하는 한 가지가 있다. ‘내’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행동이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결정이라는 사실이다. 녹스가 아빠와 함께하기 위해 했던 무모하지만 부단한 도전도, 친구의 식당을 살리려고 애쓴 갖은 시도도, 형의 진짜 편이 되기 위해 행한 진지한 노력 전부 ‘우리’를 위한 결정이고 행동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지구 착륙은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우리와 그들’로 쪼개었고, 또 한편으로는 나와 너를 ‘우리’로 묶게 했다. ‘우리’의 농도가 서로 다른 의미에서 짙어졌다. 누군가를 적으로 만드는 ‘우리 편’의 우리, 다름의 경계를 허물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힘으로서의 우리. COVID-19 팬데믹이 던진 질문은 ‘어떤 우리’를 선택했을 때 우리가 조금 더 행복하게 다 같이 잘 살 수 있느냐일 것이다. 열 살 녹스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지키려는 노력은 친구와 학교, 이웃과 사회, 나아가 지구 공동체 전체를 하나의 우리로 껴안을 수 있다는 확대의 가능성이다. 녹스의 포용성은 공동체가 처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누군가를 적으로 몰아세우는 편협한 태도를 일깨운다.
그러니 《접근 금지 가족》의 메시지는 COVID-19 팬데믹 첫해에 국한하지 않는다. 싸워야 할 궁극의 상대가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우리 내부에 있다고 알린다. 증오와 혐오, 차별과 배척이라는 이 묵은 적을 이겨 내는 방법은 사랑과 관용이라고 유쾌하게 전하는 이 책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 계속 읽힐, 우리를 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