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셸프 선정
★2022 dPICTUS 미출간 그림책 선정
불완전한 두 존재가 마침내 균형을 찾기까지의 여정
《아주 가벼운 아이와 아주 무거운 아이》는 불완전한 두 존재가 의존, 충돌, 방황 등의 여정을 통해 마침내 균형을 이루는 성장 서사를 담고 있다. 작가 남기림은 극도로 단순한 형태와 절제된 색감의 그림으로 이야기를 직관적이고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야기의 강렬한 결말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이 매력적인 그림책은 작가 남기림의 첫 그림책으로, 2023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최근 15년의 베스트 데뷔작 20선’을 주제로 한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셸프’에 선정되었다. 이번 한국어판은 번역본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 한글로 쓴 원고로 만들어졌다.
서로를 붙잡고 있어야 바로 설 수 있는 관계
한 아이는 너무 가벼워서 무엇이든 붙잡아야만 하고, 또 한 아이는 너무 무거워서 쉽게 움직일 수 없다. 가벼운 아이는 불안에 흔들리고, 무거운 아이는 피로에 지친다. 두 아이는 손을 맞잡고 불안과 피로를 달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나운 바람이 아이들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둘은 손을 놓게 된다. 황량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내던져져서 홀로 방황하던 둘은 다시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어 마침내 균형을 이룬다.
가벼움과 무거움은 불안과 피로, 자유와 책임, 감성과 이성, 희망과 절망, 이상과 현실, 모험과 안전, 직관과 논리, 내면과 외면 등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움과 무거움은 한 개인의 내면에서 충돌하는 모순적인 감정일 수도 있다. 또한 나에게 결핍한 것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다. 또한 의존과 독립 사이의 거리를 고민하는 타인과의 관계일 수도 있다.
작가는 청소년 시절부터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공부하고 성장했다. 무엇이든 붙잡지 않으면, 그 잡은 손을 놓치면 끝없는 창공으로 내던져지리라는 공포에 시달리는 가벼운 아이가 이야기의 출발점이었던 것도 작가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독자가 여백을 채우도록 유도하는 그림
초현실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은 책의 매력을 더욱 배가한다. 작가 남기림은 세밀한 묘사보다는 단순하고 상징적인 형태를 사용하면서, 이야기의 철학적인 분위기를 더욱 부각했다. 인물의 표정이 생략되고 실루엣으로 표현된 점도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독자가 여백을 채우도록 유도한다. 수직의 양면 구성은 이야기를 더욱 직관적으로 보여 준다.
차가운 색조와 미니멀한 배색 속에 제한적으로 사용된 강렬한 색감은 감정의 흐름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푸른색과 회색 계열이 강조되면서 ‘무게감’과 ‘부유하는 느낌’이 동시에 표현된 점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