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어떤 소리가 들릴까요?
소리로 세상을 탐구하는 아주 새로운 방법
평소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지나쳤던 소리들도, 눈을 감으면 새롭게 다가옵니다. 빵빵 자동차 소리, 짹짹 새들의 노랫소리처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소리도 들리고, 햇살이 비추는 소리, 눈이 쌓이는 소리처럼 한 번도 체감하지 못했던 소리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분명히 어디선가 들어본 익숙한 소리인데, 무엇인지 전혀 추측할 수 없는 소리도 들리지요.
『눈 감으면 들리는 책』은 눈을 다쳐 잠시 앞을 볼 수 없게 된 강아지 머핀의 발걸음을 따라갑니다. 머핀은 오롯이 귓가에 울리는 소리만으로 대상을 추측합니다. 이런 머핀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 역시 함께 소리에 집중하게 되지요.
소리의 정체를 찾아가다 보면,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다양한 소리를 인식하고, 그 소리가 사물이나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사고해 볼 수 있습니다. 머핀과 함께 무심히 흘려들었던 소리에도 집중해 볼까요? 어쩌면 익숙했던 세상이 완전히 새롭게 보일 수도 있어요.
부드럽고 따듯한 문장과 감각적 삽화로 만나는 ‘소리’
의사 선생님이 머핀의 눈에 붕대를 감고 나면, 지면이 새까만 배경으로 가득 들어찹니다. 앞을 볼 수 없는 머핀의 막막한 심정이 그대로 느껴지지요. 하지만 머핀은 ‘그래도 소리는 들을 수 있다’고 말하며 알록달록한 세상 속으로 향합니다.
머핀이 만나는 소리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음량의 차이에 따라 서체의 굵기와 크기에 변주를 주었고, 소리의 높낮이가 다를 때에는 서체의 높낮이 역시 달라지지요. 머핀이 하나의 소리에만 집중할 때는, 그림이 지면이 가득 차도록 극단적으로 크게 그려지기도 합니다. 감각적인 타이포그래피와 화려한 색감, 자유분방한 연출은 책에 숨어있는 수많은 소리를 독자들이 직접 듣지 않고도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끌지요.
또한 머핀이 소리를 따라가는 과정은 리드미컬한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 반복적인 질문과 대답 형식은 아이들이 독서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유도하며, 함께 소리 내어 읽을 때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요.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리듬은 아이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자연스럽게 언어 발달을 돕습니다.
칼데콧 수상 작가들의 합작!
그림책의 거장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과 레너드 웨이즈가드의 만남
미국 어린이 문학의 선구자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과, 감각적이고 대담한 시선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레너드 웨이즈가드’는 오랜 시간 서로 호흡을 맞추며 작품 활동을 함께했습니다. 그중 『눈 감으면 들리는 책』은 1939년에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눈 감으면 들리는 책』은 아이들과 맞닿은 이야기를 쓰기 위한 두 사람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으로, 작업을 하며 직접 유치원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고 해요. 아이들에게 어려운 어른이 아닌 동등한 친구로 다가가기 위해 낮은 의자에 앉거나, 실제로 머핀을 닮은 강아지를 데려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입말에 맞는 리듬감 있는 문장과,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경쾌한 색상과 직관적인 연출이 담긴 『눈 감으면 들리는 책』이 탄생했지요. 두 작가가 만들어낸 생생한 즐거움이 시대를 뛰어넘어 마침내 한국 독자에게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