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자라는 아기와 고단한 엄마아빠
양육의 즐거움과 수고스러움을 겹겹이 읽어내는 그림책
『코알라는 책 읽기를 좋아해요』에서 동사와 명사를 익히는 낱말 배우기가 1차 목표라면 2차 목표는 코알라 가족과 곰 가족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낱말은 이야기의 씨앗이 되고, 장면과 장면이 이어져 하루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디테일들이 포착된다. 아기를 돌보는 엄마 코알라 곁에 매번 등장하는 책들. 아마도 엄마 코알라는 활자 중독자인 모양이다. 빨랫줄이나 빨래바구니 위에도 책이 놓여 있고, 책이 없다면 감자 껍질을 받치기 위해 깔아놓은 신문지나 장 보러 가는 수첩이라도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엄마 코알라는 아기를 돌보는 틈틈이 무언가 읽고 있는 중이거나 무언가 읽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아기를 돌보는 중이다. 이렇게 육아를 하는 엄마 아빠는 몸이 피곤하기도 하려니와 아기를 위해 전적으로 자기 시간을 내주어야 한다. 몸을 아끼지 않고 아기와 놀아주는 아빠 곰의 다크서클이 점점 짙어지는 듯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방식으로 육아가 얼마나 고단한지 일깨우는 것은 이 그림책의 3차 목표인 셈이다.
안 에르보는 단순한 선과 부분적인 채색, 감각적인 콜라주를 통해 곰과 코알라의 육아 장면을 포착해낸다. 대체로 배경이 텅 비어 있지만 덕분에 아기와 양육자가 함께하는 하루를 핵심적인 몇몇 장면으로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간결한 그림 속에서도 엄마 코알라와 아빠 곰이 얼마나 살뜰히 아기들을 잘 보살피는지, 그들의 하루가 얼마나 분주하고 쉴 틈이 없는지 한눈에 알게 된다. 동시에 어린아이들을 양육하는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이 똑같이 갖고 있을 간절한 소망이 느껴진다. 빨리 쉬고 싶다, 얼른 책을 읽고 싶다, 나도 내 시간을 갖고 싶다!
『코알라는 책 읽기를 좋아해요』는 아기와 양육자가 함께 읽는 그림책이다. 아기는 아기대로 낱말을 익히고 다른 아기들의 하루 일과도 엿볼 수 있고, 양육자는 양육자로서 감정이입이 가능하다. 어쩌면 누군가 자신의 수고로움을 알아봐주었다는 사실에 울컥 위로받게 될지도. 어린아이가 자신을 돌봐주는 어른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필요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몇 년쯤 시간이 흐른 뒤, 아이가 무심코 펼쳐본 그림책에서 몰랐던 엄마 아빠의 고단함을 뒤늦게 알아챌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간결한 그림책은 앞뒤로, 겹겹으로, 시간을 거슬러, 다양한 차원으로 읽기를 권한다. 물론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므로 그림만 보는 것도 대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