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양균원의 시에는 세심하고 여린 감정의 결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이러한 자신의 감성을 지키기 위함인지 그의 시는 외부세계가 개입하는 것을 끝내 거부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치 이 시대에 홀로 남은 원시인 같은 얼굴을 한 그의 시의 표정을 살피는 우리의 시선은 자꾸만 감추어진 시인의 내면세계로 향하게 된다.
-이병헌(문학평론가), 「허공에 줄을 긋다」 해설에서
양균원은 “허기가 깊으면 퍼 올린 국물이 넘치기 마련”인 “세상의 언저리” 어디쯤에서 하명을 기다리는 시종처럼 몽당 연필 한 자루의 형세로 기껍다. 그런 만큼 그의 웃음은 헤프지 않고 그의 다정은 잘 벼려져 있으며, 슬픔조차 단정한 생활의 옷을 입고 있다. 그만큼 진실하다. 떠들썩 갑작스레 좋지는 않지만, 오래 향기를 잃지 않는 힘이 있다.
-이현승(시인), 「딱따구리에게는 두통이 없다」 추천의 글에서
양균원은 사라진 것, 흘러간 것,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호명하면서, 찬(讚)과 탄(歎)과 모(慕)와 경(憬)을 불러 모아 환하게, 여기에, 불빛을 드리워 주는 사람, 나보다 더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내 아픔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 내 사랑보다 더 짙은 사랑의 숲을 가꾸어 놓은 사람, 착하고 맑은 그 사람에게 기댄다.
-장석원(시인) 「집밥의 왕자」 추천의 글에서
시집 「목탁귀」는 1부 “커피 한 잔과 사과 한 톨의 라르고,” 2부 “흐리고 바람 부는 날은,” 3부 “찻물 식어가는 소리,” 4부 “그늘 한 칸의 골상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시가 삶의 세부에서 발원하고 있다. 그 세부는 세상 그대로의 실상을 드러내나 시적 재구성에서 묘사나 모방에 그치지 않고 살아있음의 목적을 향해 꿈틀댄다. 시집 「목탁귀」에는 “당신” 혹은 “그대”로 지칭되는 존재들이 그득하다. 시인은 길에 있고, 길 밖의 길에, 삶의 언저리에, 당신, 그대, 너로 대변되는 반(反)중력의 존재들이 있다. 다들 그러하듯 시인도 인생길을 따라간다. 그 길에서 멀리 혹 가까이 그를 이끌거나 따라오는 이들과 함께 걷는다. 함께 걸어도 같은 길에 있지는 않다. 걸어온 길이 그 곁의 가지 않은 길, 가고 싶은 길, 가야 할 길과 함께 불협화음의 화음을 연주한다. 시인과 “당신”은 각자의 길 이쪽과 저쪽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가 어느새 동반자가 된다. 현실과 비현실은 서로 부대끼다 닮는다. 현실은 비현실에 의해 열망을 유지하고 비현실은 현실에 의해 두 발을 땅에 딛는다. 현실과 비현실이 융합한 또 하나의 현실, 시는 이것을 구현한다. 시집 발문의 시론에서 시인은 일 플러스 일이 다시 일이 되는 방식에서 현실은 상상적인 것이 되고 상상은 현실적인 것이 된다고 천명한다. 시는 세상과 하나가 되어 중력의 제약 속에 있으나 세상은 시와 하나가 되어 보이는 것 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품는다. 그의 시에서는 일상이 형이상으로 화하고 형이상이 일상으로 바뀌는 표정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겨울의 잔해 너머로 봄빛을 기대하게 하는 양균원 시집 「목탁귀」는 삶의 거처를 온화하게 유지해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친숙해서 쉽게 다가갔으나 한순간 멀고 낯선 데로 데려가는 그의 촘촘한 문장의 틈새에서 두 입술 꼭 다문 흉터가 가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