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을 동시에 경험하는 요양 병동
간호사 우즈키에게만 보이는 ‘그것’을 둘러싼 이야기!
이 책은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전직 간호사의 체험이 절절히 묘사되어 독자들도 실제 병원 현장에서 함께 분투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만큼 생생하면서도 흥미롭고 말할 수 없이 지순한 따뜻함을 전하는 작품이다.
저자는 간호사 생활을 그만둔 뒤에도 13년간 환자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품고 지내다가 간호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아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인간으로서 간호사가 무엇을 생각하고 기뻐하고 근심하는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 우즈키 사에는 장기 요양 병동의 간호사로 환자의 ‘미련’을 보는 능력을 갖고 있다. ‘미련’이 우즈키 눈앞에 나타나는 건 환자가 죽음을 의식했을 때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의 미련이 보이는 건 아니고, 입원하기 직전에 환자가 마음에 걸려 했던 대상이나 응어리진 대상이 보인다.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우즈키가 간호사복을 입고 있을 때만 나타난다. 그녀의 남다른 능력은 사랑하던 친구의 죽음 이후 생긴 것으로, 우즈키는 자신의 친구가 그 능력을 보내준 것으로 짐작한다. 우즈키는 자신의 남다른 능력을 가능한 환자를 최대한 배려하고 보살피는 방향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는다.
다양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살며시 안아주고 따뜻이 품어주는 이 소설에 빠져보자. 읽다 보면 이것이 소설이 아니라 이런 역할을 해주는 간호사가 실제로 존재하기를 바라게 된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환자의 미련을 해소해주는 각별한 간호사라니! 무엇보다 ‘타자’를 사랑하는 삶에 대한 환희를 불러일으키는 감동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미련을 남기는지도 모른다”
전직 간호사가 전하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직업 미스터리
저자는 간호학부 학생 시절에 처음으로 마주했던 환자의 죽음을 여전히 잊지 못해, 소설 속에서 환자의 ‘미련’을 보는 간호사라는 신비한 설정을 만들었다. 숨을 거둔 환자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궁금증, 간호사로서의 안타까움, 그리고 죽음이 함께하는 삶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사랑을 이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주인공 우즈키는 사랑하던 친구의 죽음을 겪고 병원에 복귀하고 얼마 되지 않아, 몸이 희미하게 비치는 낯선 사람이 환자 침대 옆에 서 있는 것을 경험한다. 처음에는 유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도 났지만, 차츰 살펴보니 그건 환자가 죽음을 의식했을 때 나타나는 ‘미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즈키는 그렇다면 자신이 꼭 환자의 미련을 해소해주고 싶다는 의욕을 품게 된다. ‘미련’을 해소하고 ‘미련’에 관여할 때마다 우즈키는 친구 지나미를 떠나보낸 슬픔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러자 ‘미련’은 자신을 향한 지나미의 애정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이 ‘미련’을 해소함으로써 이 세상에 남은 지나미의 응어리진 마음도 승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또 ‘미련’을 해소하면서부터 우즈키는 그전보다 환자들과 더 가까워진 듯한 기분도 갖게 된다. 환자를 위한 일이니까. 그렇기에 안간힘을 써서 미련을 해소하고자 노력하지만, 그 상황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주인공 우즈키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미련을 남기는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결코 풍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 속 환자들의 미련에 공감하다 보면 독자들도 분명 지금 자신의 ‘미련’과 ‘집착’을 떠올리게 될 터인데, 그러면서 그것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더할 수 없이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