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의 시, 그리움의 문장들
“바람의 날개를 달고 세상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텅 빈 하늘을 마음껏 떠도는 흰 구름, 그토록 높고 쓸쓸한 노래이고 싶었다(〈自序〉 중)”
이태형은 시집 〈펨브로크로 가는 길〉을 통해 “죽을힘을 다해 날개를 저어가는(〈날개 2〉)” 새들, “날지 않고는 숨 쉴 수 없는 날개(〈바람의 길〉)”를 노래한다. 그의 시집은 곧 “쓸쓸한 지도 위에 알지 못할 지명”을 따라, 길을 잃고 헤맬 것을 알면서도 끝내 떠나야만 하는 방랑자의 노래다. 화자는 언제나 “바람이 불어가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으나 모든 것은 확실하지 않다(〈어느 날〉).”
떠남은 마냥 홀가분하기만 한 일은 아니다. “슬프고 자유롭고 고단한(영혼의 집)” 여정이 계속되는 동안 “외로움은 면도날(〈외로운 방〉)”처럼 훅 살갗을 베고 지나간다. 그래서 그의 시 한 편에는 늘 애수가, 쓸쓸함이 자리한다
“진눈깨비 흩날리는 낯선 거리를/ 나뭇잎 배처럼 흐르며/
당신이 무척이나 그리워요”(〈타향에서〉 중)
“낯설고 먼 거리”에서 “삶의 불꽃”을 피우는 것은 결국 “한 송이 꽃 같은 그리움”이다. 이처럼 그리움과 외로움의 정서를 그의 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길 위에 쓰인 문장은 결국 지워짐을 각오해야 하기에, 때때로 허망하지만 애틋한 그리움은 시 행간 곳곳에서 반짝인다. 무수한 “그리움의 눈송이”를 피워낸 밤을 아는 이라면, 낯선 땅을 걸으며 고적함을 느껴본 이라면, 이 시집의 문장들에 매료될 것임을, 기꺼이 사랑하게 될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