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선정 우수 도서 ★
★ 스파크 스쿨북 어워드 수상작 ★
느린 아이 사일러스, 모험 속으로 뛰어들다
《울프스텅: 거짓을 이기는 말》은 어디에나 있음 직한 현실 공간과 그것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환상 세계를 넘나드는 판타지 동화다. 현실에서 사일러스는 말더듬증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소심한 소년이다. 제 이름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사일러스를 학교의 악당들은 ‘사일런트 사일런스(Silent Silence)’라고 부르며 괴롭히고, 사일러스는 더욱더 ‘침묵’ 속으로 숨어든다. 어느 날 하굣길, 아무도 없는 자전거 길을 홀로 걷던 사일러스 앞에,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난다. 숲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두 마리 늑대 중 수컷인 아이센그림이다.
현실에서 늘 수동적이었던 사일러스는 아이센그림과의 예기치 않은 만남으로 인해, 매 순간 스스로 결단하고 행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역동적인 세계로 건너간다. 학교에서는 투명 인간처럼 굴고 집에서는 ‘느린 아이’라는 딱지를 단 채 부모의 걱정을 샀지만, 이제 더는 머뭇거릴 틈이 없다. 독재자 레이너드 일당과 맞서려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사일러스는 늑대 등에 매달려 바람처럼 달리고, 가파른 언덕을 데굴데굴 구르고, 칠흑처럼 캄캄한 동굴 속을 작은 벌레처럼 꿈틀꿈틀 기고, 땅속 깊이 굽이굽이 뻗은 지하 도시 어스를 종횡무진한다. 제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절멸 위기에 몰린 늑대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독재자 레이너드에게 빼앗긴 자유와 정의를 되찾기 위해서.
빼앗긴 자유를 되찾기 위한 싸움
사일러스의 모험은 신나고 즐겁기는커녕 시종일관 고난의 연속이고 걸핏하면 위기에 빠진다. 판타지 공간에서도 사일러스는 말더듬증으로 괴로워하고, 심지어는 레이너드의 사탕발림에 속아서 새끼 늑대들을 빼앗기기까지 한다. 이후 이야기는 레이너드가 새로운 노예 계급으로 개조하려 끌고 간 새끼 늑대들을 되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으로 이어진다.
사일러스와 아이센그림과 허센트는 얼룩 고양이 ‘티볼트’, 큰까마귀 ‘코랙스’, 도망자 여우 ‘토드’를 동지로 규합해 어스로 잠입한다. 가히 ‘어벤저스’라고 불러도 좋을 사일러스 일행은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새끼 늑대들이 갇힌 수용소에 다다르고, 마침내 레이너드 일당과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인다.
사일러스가 불완전하고 약한 아이인 데 반해, 레이너드는 놀랍도록 능수능란하고 강인한 캐릭터다. 레이너드는 인간에게서 배운 말과 탁월한 웅변술을 이용해 숲의 지배자가 된 뒤, 땅속 깊은 곳에 지하 도시 어스를 건설한다. 어스는 강력한 계급 사회이자 통제 사회다. 지표면 가까이에는 가난한 여우들이 사는 쪽방이 즐비하고, 땅속으로 내려갈수록 더 부유하고 더 큰 권력을 쥔 여우들이 사는 고급 주거지가 조성되어 있다. ‘빨간 스카프’라고 불리는 경비대가 온종일 도시 구석구석을 감시하고, ‘하얀 스카프’라는 친위대가 레이너드를 그림자처럼 경호한다.
사일러스와 동료들은 표면적으로는 새끼 늑대들을 구하기 위해 어스에 잠입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레이너드의 독재를 무너트리고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싸운다.
말의 힘, 말의 무게
이 모험담의 하이라이트는 말더듬증 사일러스와 교묘한 달변가 레이너드가 원형 극장에서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이 싸움에서 지면, 사일러스는 새끼 늑대들을 되찾지 못할뿐더러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어스에 사는 여우란 여우는 다 몰려와서 와글와글 떠드는 북새통 속에서 레이너드가 목청을 높여 외친다.
“너, 인간의 아이 사일러스! 너는 늑대들과 엉뚱한 모험을 벌이면서 스스로 자유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했지? 독재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용감한 동물들을 돕는다고 믿었지? 웃기지 마. 인간이야말로 독재자야. 우리 같은 동물은 노예고. 하지만 나는 너희 인간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할 거야.”(본문 222쪽)
레이너드는 인간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죗값으로 사일러스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언뜻 논리적인 흠결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레이너드의 공세 앞에서 사일러스는 말문이 막힌다. 무릎을 꿇고 눈을 꼭 감은 채 한참 동안 침묵에 잠겨 있던 사일러스가 천천히 입을 연다. 목구멍 속에 갇혀 있던 사일러스 자신의 이야기가 밖으로 터져 나오면서 마침내 반전이 시작된다.
말은 거짓을 퍼트리고 자유를 억압하는 위험한 것이면서, 반대로 거짓을 물리치고 자유를 지키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저자 샘 톰슨은 말 때문에 고초를 겪는 주인공 사일러스를 내세워, 독자에게 말의 힘과 무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든다. 나아가 빛이 될 수도 있고 어둠이 될 수도 있는 말을 어떻게 잘 쓸 것인지 고민해 보게 한다.
다시, 새로운 길 위에서
이 이야기는 길 위에서 시작해서 길 위에서 끝난다. 사일러스와 아이센그림이 자전거 길에서 만나 이야기가 시작되었듯, 사일러스와 늑대 가족이 각자 제 갈 길로 흩어지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환상의 세계에서 ‘울프스텅’으로 거듭난 뒤 집으로 돌아온 사일러스 앞에는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 기다린다. 사일러스는 여전히 말을 더듬고, 학교의 악당들은 변함없이 사일러스를 괴롭히며, 부모는 사일러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다. 현실에 낙담한 채 늑대 가족을 찾아온 사일러스에게 허센트가 함께 떠나자고 권하지만, 사일러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늑대로 살면 좋겠지. 하지만 나는 인간이고, 다른 인간들과 살아야 해. 말을 하면서. 인간들에게 전할 이야기가 있어.”(본문 267~278쪽)
사일러스의 말은 모험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겠다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다. 《울프스텅: 거짓을 이기는 말》은 다시 길 위에 선 사일러스를 통해, 어떤 난관 앞에서도 멈춰 서지 말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 걸어가라고 말한다. 길은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