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리더는 무엇을 고민했는가?”
“당면 현안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조선의 왕은 무엇을 고민했을까, 신하는 어떻게 답했을까. 태종과 변계량의 문답은 원론적이다. 태종이 옛 성군들은 어떻게 그처럼 어진 정치를 펼칠 수 있었는지, 그 정치를 본받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변계량은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는 마음에 근본을 두고,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때에 알맞아야 합니다.”라며 중도와 정일을 강조했다.
중종과 김구의 문답은 의외의 측면이 있지만 실생활과 매우 밀접하다. 중종이 질문하길 “술에 빠져 일을 하지 않고 술에 미혹되어 덕을 그르치곤 한다. 이를 구제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라고 했다. 김구가 답하길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술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니 즉시 없애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단지 구구한 법령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명령을 해도 간사하게 빠져나갈 것이고 처벌해도 거짓으로 대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법령으로 해결하려 들기보다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며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 것이다.
정조와 정약용의 문답은 실용적이다. 정조가 보기에 당대 조선은 신하들의 전문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이에 정약용은 하급 관리는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게 하되 상급 관리는 임기를 길게 해 업무 전문성과 행정 일관성을 확보케 하자고 제안했다. 하여 소외되고 사장되는 인재가 없게끔 하자는 것이다.
국가의 경영과 비전에 대해
왕과 젊은 인재들이 나눈 열정의 대화
이 책은 1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시대 500년을 시간순으로 태종과 변계량, 세종과 신숙주 그리고 강희맹, 연산군과 이목 그리고 이자, 중종과 권벌, 김구, 송겸, 김의정까지, 명종과 양사언, 선조와 조희일, 광해군과 임숙영, 인조와 정두경 그리고 오달제, 숙종과 권이진, 정조와 정약용, 철종과 김윤식의 책문과 대책을 다뤘다. 나아가 부록에서는 본문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왕의 책문과 신하의 대책들을 간략히나마 다뤘다.
이들이 나눈 대화는 국가의 경영과 비전에 관한 것으로 열정적이다 못해 때론 불길처럼 타오르기도 한다. 그만큼 시급한 현안을 다루고 있다는 뜻일 텐데, 이를테면 신하가 왕을 신랄하게 비판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본인의 안위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나라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자세다. 이 책에서 오직 한 가지만 보고 느껴야 한다면 바로 그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