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최고의 권위자, 제이콥 밀그롬에게 듣는
레위기의 진정한 정신과 가치!
구약성서에서 가장 난해한 책을 한 권 꼽으라면 대부분은 ‘레위기’를 말할 것이다. 많은 그리스도인은 생소하고 때로는 기이하기조차 한 레위기의 내용 때문에 왜 이런 책이 성서에 포함되었는지 의문스러워한다. 그리고 먼 과거의 이러한 관습과 법이 과연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한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레위기 연구 권위자인 제이콥 밀그롬의 주석서로, 원래 3권으로 출간되었던 그의 ‘앵커 바이블 주석’(레위기)을 단권으로 요약해놓은 것이다. 거의 3,000쪽에 달하는 기존의 주석서를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각 장의 주제와 본문을 핵심적으로 파악하는 데에는 충분히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원제목인 ‘Leviticus: A Book of Ritual and Ethics’에서 알 수 있듯이 밀그롬은 레위기의 메시지를 ‘의례’와 ‘윤리’의 관점으로 이해한다. 그에 따르면 종교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의례와 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실천하는 윤리는 별도의 행위가 아니라 한 인간이 반드시 전인적으로 통합해야 하는 것이며, 그러하기에 의례와 윤리는 겉으로 보기에 다른 두 영역이지만 결국 하나일 수밖에 없다. 밀그롬의 이런 사상은 “레위기의 의례에서 거룩하고 윤리적인 삶을 총체적으로 규정하는 근본 가치가 포함되어 있음을 발견했다.”라는 고백에 잘 드러난다.
이 책은 ‘의례’와 ‘윤리’에 초점을 맞춰 레위기를 풀어간다. 레위기의 각 장마다 핵심이 되는 신학적 주제와 본문을 선택하여 각각 ‘선별 주제’와 ‘선별 본문’으로 제시하는데, 이는 밀그롬 주석서의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선별한 주제와 본문을 통해 레위기가 고대 이스라엘의 사문화된 율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관심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탁월한 통찰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레위기 25장의 희년법을 제3세계의 부채 문제와 연결하는 단락은 레위기가 멀고 먼 과거,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나 작동한 법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제이콥 밀그롬의 레위기 주석서』는 신학생과 목회자만이 아니라 성서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다.
한편 밀그롬은 그 자신이 『탈무드』에 정통한 랍비였기에 본문 곳곳에서 랍비들의 주석을 보여줌으로써 시공을 가로질러 율법이 어떻게 해석되었는지를 제시한다. 율법의 본래 의미를 랍비들의 주석을 통해 역으로 추적하는 방식은 랍비 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 또 다른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부분이라 하겠다.
이 책은 기존의 해석과 적용을 뒤엎는 흥미로운 분석을 상당수 담고 있는데, 한 예로 “두 종자를 섞어 뿌리지 말며”(레 19:19)라는 명령을 들 수 있다. 전통적으로 이 구절은 순혈주의를 설명하는 근거로 여겨졌다. 하지만 밀그롬은 두 재료를 섞은 옷이나 모양(그룹)이 오로지 거룩한 제사장과 성소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혼종과 혼성은 열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룩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새 해석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레위기를 진지하게 묵상해본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안에 있는 율법을 오늘날의 삶에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야 할지를 한번쯤 고민하게 마련이다. 사실 레위기의 율법을 일점일획 준수하기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유대교인이 아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한국교회 교인들은 레위기의 모든 율법을 지킬 수 없고, 지킬 이유도 없다. 이에 대해 밀그롬은 레위기 20:9의 율법을 인용하며 “부모를 저주하는 자를 사형에 처해야 하는가?”라고 독자에게 되묻는다. 그러면서 현대인에게 생소하고 기이하기까지 율법이 ‘그때, 거기서, 왜, 어떤 목적으로’ 법제화되고 실행되었는지를 질문해본다면 레위기가 말하고자 하는 율법의 정신 안에 영구한 가치가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제이콥 밀그롬의 레위기 주석서』는 ‘성서와 오늘 그리고 우리’라는 과제를 생각하는 모든 이에게 귀한 통찰과 희망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