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혁신 실사구시 이론서 ‘전환시대 농촌의 길’
둠벙마을ㆍ관계인구ㆍ가치농업을 지속가능 대안으로 제시
농촌혁신가 박상일씨가 시대변화의 흐름을 거울삼아 농업·농촌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농촌혁신의 지렛대로 떠올린 책 ‘전환시대 농촌의 길’(드림북)을 내놨다. 이 책은 농촌주민의 삶의 질 관점에서 농촌문제를 진단하고, 주민주도의 자주적 혁신을 처방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농촌이 본래의 자기가치를 재발견함으로써 지방소멸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전환시대 조류에 조응함으로써 농촌 회생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농업·농촌이 처한 현실을 전환시대라는 시대거울에 비춰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찾는다. 저자는 포스트포드주의 시대 도래를 가치중심시장의 기회로, 자치분권시대 도래를 농촌다움 회복과 주민자치 활성화의 기회로 여긴다. 또한 관계인구시대 도래를 농촌 밀물시대의 기회로, 기후위기와 인구축소 조류를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할 기회로 여겼다. 이런 가운데 저자는 둠벙마을, 관계인구, 가치농업을 농촌문제 해법의 열쇳말로 들었고, 이 책 각 편의 주제어로 삼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학자들 연구실이 아닌 농촌현장 관점에서 현장언어로 쓴 게 남다르다.
1편 ‘둠벙마을이 새 활력원이다’에서는 농촌혁신을 좀 먹는 단체자치 허구성을 비판하면서 ‘둠벙마을’을 주민자치시대 자치모델로 제시한다. 이는 생활자치와 순환경제를 아우러 자치생태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써 자치분권 선진국 주민자치 형태와 맥락을 같이한다. 저자는 이 모델을 우리나라 전통마을 구조에서 착안했다. 생활자치체인 대동계와 순환경제체인 두레, 협동계들이 병립하는 구조가 선진자치 모델이자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DNA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개발중심 자치분권을 주민 삶의 질 중심 자치로 전환시킬 바를 제시한다.
2편 ‘관계인구가 농촌 밀물시대 물꼬를 튼다’에서는 관계인구 대두현상을 농촌 밀물시대를 열 단초로 여기고 있다. 저자는 관계인구를 농촌가치와 도시민의 만남으로, 농촌사회의 따뜻한 관계 복원으로 개념 지으면서 이를 활성화 시킬 바를 제시한다. 저자는 농촌다움(어메니티)의 향기가 도시민을 저절로 모여드는 원천이라면서 농촌다움 회복을 강조한다. 하지만 중앙주도의 생활인구 정책과 관주도 고향사랑기부제가 관계인구의 파행을 야기 시킨다면서 지역주도, 주민주도 관계인구 만들기를 제시한다.
3편 ‘가치농업으로 새 희망을 쓴다’에서는 가치중심시장, 어메니티, 사회적자본에 날개를 다는 것을 가치농업이라 정의한다. 여기에서는 가격중심시장이 가치중심시장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농업의 질적 변화의 기회라고 여기고, 가치중심시장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가족 중ㆍ소농의 재건 방안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지역중심 관계시장 만들기 등 새로운 유통전략을 제시한다. 또한 가치농업이 가치혁신의 훈풍을 타고 블루오션 농업으로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45년 간 농민운동, 농촌운동, 농업운동을 두루 경험한 흔치 않은 이력을 가졌다. 1980년대엔 농촌 민주화운동, 농촌 협동운동을, 1990년대엔 농촌 공동체신문운동, 농촌 공론장운동, 농촌 생태운동을, 2000년대엔 농촌 지역혁신운동과 자치분권운동을 벌였다. 아울러 그는 해남에서 15년 째 유기농사를 지으며 생태농업과 중ㆍ소농 살리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저자 박상일 씨는 “농민ㆍ농촌ㆍ농업운동을 두루 경험하면서 농업ㆍ농촌문제를 통합적으로 보는 눈이 만들어 졌고, 농촌이 시대변화에 조응할 바를 고민하게 되었다”면서 “이 책이 농업ㆍ농촌 새 비전 만들기의 작은 단초가 되고 농업ㆍ농촌운동 토론의 밑씨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농촌현장에서 실사구시 해법을 찾기 위해 전국투어 북 콘서트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