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글자 크기’와 ‘줄 간격’을 일반 단행본보다 ‘120%~150%’ 확대한 책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거나 글자가 작아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2023 카네기메달 수상작
★나민애 서울대 교수 강력 추천
“상상할 수 있기에 더 매력적이다.”
_카네기 메달 선정위원단
모든 것이 사라진 후 비로소
‘진짜 나’를 찾아가는 아들과 엄마의 아름다운 생존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생존자’라는 말에 익숙해졌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끔찍한 사고 혹은 사건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는 경의와 희망을 느끼게 하는 한편, 극도의 고통과 이후 남겨진 공포를 생각하면 살아남는다는 것이 조금은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상이 아주 터무니없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재난이 일상이 된 세상이다.
여기, 최악의 재난 속에 살아남은 엄마와 아들이 있다. 핵폭발이라는 대재앙 이후 모든 문명이 파괴된 세계에서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가 한 권의 ‘푸른 책’ 속에 기록된다. 이웃 국가에서 벌어진 원전 사고의 영향과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는 핵전쟁의 위협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아포칼립스적 세계관은 그저 낯선 판타지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카네기메달 선정위원단의 평대로 충분히 ‘상상할 수 있기에’ 『네보의 푸른 책』을 펼친 독자들은 모자(母子)의 분투와 감정에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사라진 웨일스의 작은 마을 네보를 배경으로 열네 살 소년 덜란은 엄마 로웨나를 도와 손수 살아갈 공간을 가꾸고, 음식을 만들며, 나와 가족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삶에 성취감을 느끼는 어엿한 청소년으로 성장해 간다. 아들과 달리 이전의 안락했던 삶의 기억이 뚜렷한 엄마 로웨나는 처음에 이 무(無)의 세계에서 두려움과 버거움에 괴로워하지만, 아무것도 없어 비로소 느낄 수 있게 된 자연과 삶과 감정, 이 모든 것을 공유할 유일한 사람인 덜란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며 예상 밖에 행복과 감사로 충만한 재앙 이후의 일상을 살아간다. ‘상상할 수 있는’ 재난이며 그렇기에 끔찍하고 처절한 삶을 떠올렸을 독자들에게 모자의 충만하고도 아름다운 생존기는 다시 예상 밖의 감동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푸른 책’에 기록한다.
종말 이전의 기억과 여전히 계속되는 삶에 대하여.”
오직 둘뿐인 세상에, 살아있음을 그리고 살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남기기 위하여 달런과 로웨나는 ‘네보의 푸른 책’에 일기를 남긴다. 태초로 돌아간 세상에서 가장 원초적인 노동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두 사람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기록은, 우리가 현대의 기술에 얼마나 과도하게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자신이 뿌린 씨앗에서 “작고 작은 생명이 감히 살아내겠다고 동그랗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눈물짓는 덜란의 일기를 보며 우리는 황폐화된 땅에서도 여전히 “행복해서 눈물이 날 만큼”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인간 안의 위대한 희망을 발견하게 될 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그 가치를 깨닫게 된다.
몸소 일구고 느끼는 삶이야말로 ‘진짜 나’에 가까워지는 방법인 것이다. 모든 것이 붕괴된 세상, 나를 위협하는 적도 나를 구원해 줄 영웅도 존재하지 않는 네보에서 씨앗을 돌보고 서로를 지키는 두 사람의 삶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인간의 회복력과 희망을 알게 하고, 현대 문명의 한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네보의 푸른 책』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기록’의 힘이다. 달런과 로웨나는 조국의 언어인 웨일스어를 기억하고 지키고자 웨일스어 책들을 수집하고 읽고 또한 일기를 쓴다.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나와 타인, 그 존재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지나온 시간의 기억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미래를 기다리고 준비하겠다는 희망의 상징인 것이다.
이렇듯 『네보의 푸른 책』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살아가는 한 우리는 사랑할 수 있고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의 존재라는 사실, 그리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한 미래를 향한 희망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우쳐 줄 성장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