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 담긴 실존 감각!
실존철학의 거장 야스퍼스(Karl Jaspers)가 독일어로 번역된 『논어』를 읽고 큰 감화를 받았고, 공자의 철학에서 ‘진정한 삶의 주체가 되려는 의지’를 발견했다. 물론 전혀 언급하지 않는 건 아니어도, 공자는 본질에 관한 정리(定理)에는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고 적혀 있다. 공자의 철학은 관념으로 삼라만상의 이치를 설명하기 보단,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포커스를 맞춘 체험적 인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삶에 상감(象嵌)되어 있는 모든 이야기,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모두가 인문(人文)이다. 그리고 그 인문의 현장에서 통용되는 방법론적 코드가 道이다. 진리란 어떤 지식을 매개로 깨닫는 것이 아니라, 삶과의 직접적인 대화 속에서 맥락적으로 깨달아진다는 것. 그런 실존과 생존의 감각은 순간과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만이 구현될 수 있다. 「논어」 속에 넘쳐나는, 공자에게는 체화되어 있던 감각. 『논어감각』의 저자는 그런 생활의 관점과 성찰로 공자의 철학을 해석하고 있다.
관찰자 시점으로 일화나 개념을 서술하다가도, 필요하면 공자의 시점으로 자유롭게 옮겨 들어가 그의 목소리로 말한다. 때론 제자들의 입장으로도 시선을 옮겨 오래전에 벌어졌던 스승과 제자 사이의 대화를 생생하게 극화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때때로 경전 드라마나 논어 심리극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개별 주제를 다루는 5개의 장들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그 안에는 일련의 연속적인 서사가 복선으로 숨겨져 있다. 스승 공자와 제자인 자공, 자로, 안회. 이 네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인간적 갈등과 사연이 이리저리 변주되면서 이 책 전체를 관류하고 있다. 그런 견지에서 이 책을 다시 뜯어읽으면 네 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편의 소설이 될 수도 있다. 이 책 곳곳에 숨어있는 이 복선들이 독자들의 유쾌한 탐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