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일상에 너무 흔해서 거의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신기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대체 어떻게 순식간에 상이 기기에 맺히고, 그 이미지가 영구히 고정될 수 있을까? 빛을 그토록 섬세하게 포착한다는 발상도 놀랍지만, 그것을 현실에서 실현해낸 기술력에는 경이감마저 든다.
이 책은 그런 사진의 기술적 놀라움에서 출발해, 사진이 품고 있는 다른 놀라움들까지 독자들에게 일깨운다. 이를테면 사진은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때로는 정치적 상황을 급변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도 했고, 또 문화적으로 새로운 현상들을 촉발시켰다.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다채로운 상상력을 펼쳐나간 근거지이기도 했다. 이 책의 작가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진의 다양한 경이로움을 추적하며 지적인 자극을 불러일으킨다.
기기 스펙 중심의 접근을 넘어서, 사진을 둘러싼 모든 것을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책이다. 사진의 최초 탄생부터 인공지능 사진에 이르기까지, 사진을 향한 인류의 여정을 시간 순으로 짚어본다. 사진기술의 발명 과정은 물론, 상징적인 장비와 브랜드, 대담한 사진작가와 그들의 작품, 시대별 주요 트렌드와 그 영향까지 두루 살펴본다. 품격 있는 만화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사진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커다란 판형의 책 속에 빼곡히 담았다.
사진을 둘러싼 모든 것!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명확하게 펼쳐낸 연대기.” _《레퐁스 포토》
책의 구성은 연대기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의 최초 탄생부터 오늘날 스마트폰 및 인공지능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시간 순으로 차근차근 살펴본다. 총 8장으로 시대 구분이 되어 있으며, 해당 연도들은 사진사(史)의 중요한 변곡점을 기준으로 삼았다. 예컨대 최초로 사진이 촬영된 해(1827년), 사진의 규격화와 표준화를 논의한 해(1900년), 아이폰이 처음으로 프레젠테이션된 해(2007년) 등등이 각 장의 구분선으로 역할하는 식이다.
이런 연대기의 틀 안에서 사진과 관련된 온갖 흥미로운 역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작가가 역사의 잡다한 주머니에서 꺼내고자 한 주요 테마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진의 기술적 전개 과정이다. 작가는 여러 장에 걸쳐 사진이 특정 천재에 의한 발명품이라기보다는 여러 선구자들의 노력이 함께 빚어낸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니엡스가 1827년 사진 〈르 그라의 집 창에서 본 풍경〉을 최초로 촬영한 이래, 다게르의 다게레오타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그 후 여러 혁신들이 200년 가까이 이어졌다. 획기적인 콜론디온 습판법(1851년), 컬러 단판 프로세스인 오토크롬(1903년), 디지털화의 문을 열어젖힌 CCD 이미지센서(1969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1975년), 아이폰(2007년) 등 작가는 사진기술이 발전해온 과정을 충실히 그려낸다.
두 번째 테마는 ‘사진이 어떻게 사용되었는가’라는 질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기술을 다양하게 사용했다. 초상화를 대체하는 초상사진,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탐험사진,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는 저널리즘사진, 시각의 한계를 넘어 사물을 탐구하는 과학사진, 예술적 표현의 도구로 삼는 예술사진 등이다. 사진은 무척 정치적이기도 해서, 적국이나 자국에 대해 감시의 도구로 기능하기도 하며, 지도자를 상징화 혹은 신격화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저자는 시대를 관통하여 사진의 쓰임새가 어떠했는지, 그런 흐름을 주도한 인물은 누구였는지 자세하게 살펴본다.
이 책의 세 번째 테마는, 대담한 사진작가와 그들의 작품이다. 저자는 사진의 역사를 수놓은 명작들을 아름다운 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곳곳에 재현해놓았다. 수록된 사진작가를 일부 일별하면 다음과 같다: 나다르, 앨프리드 스티글리츠, 펠리체 베아토, 외젠 아제, 거트루드 케이스비어, 에드워드 스타이컨, 폴 스트랜드, 도로시아 랭, 이머전 커닝햄, 앤설 애덤스, 만 레이, 제르맨 크룰, 아우구스트 잔더, 루이스 하인, 워커 에반스, 닉 우트, 에디 애덤스, 케빈 카터, 맬컴 브라운,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레몽 드파르동, 곡신 시파히욜루, 토마츠 쇼메이, 자크 헤일로, 리 프리들랜더, 다이앤 아버스, 안드레 케르테스, 아라키 노부요시, 야코브 홀트, 데이비드 호크니, 호안 폰트쿠베르타, 마르쿠스 데시에노 등등.
네 번째 테마는 상징적인 장비와 브랜드다. 사진의 역사는 그 기기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처음으로 영사된 상을 지지체에 고정시킨 이래, 그 과정을 더 빠르게, 더 쉽게, 더 저렴하게, 더 가볍게, 더 정확하게 해내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졌다. 관련자들에게 신뢰를 준 사진장비는 자연스레 브랜드를 형성했다. 이 책은 역사를 주도한 다양한 사진기를 소개한다: 심플렉스, 에르마녹스, 라이카 I 모델 C, 롤라이, 스피드 그래픽, 핫셀블라드 1600F, 콘탁스 S, 라이카 M3, 니콘 F, 소니 마비카, 코닥 DCS 100, 퀵테이크 200, 캐논 EOS D6000, 아이폰 엣지 등등.
전문적인 지식을
품격 있는 그래픽으로 담다
“자료가 잘 뒷받침되어 있으며,
유머러스하다.” _《프랑스 포토그라피》
작가는 프랑스의 한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사진을 가르치고 있는 전문가로서, 자국에서 사진 관련 도서 《365가지 사진의 필수 법칙》, 《사진에 관한 비주얼 메모》를 출판한 바 있다. 《포토그라픽스》는 작가의 상세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서술되었으며, 책에 담긴 풍부한 출처를 별도로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이 책은 사진의 역사를 ‘만화 그래픽’으로 제시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만화의 가벼움과 유머러스함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고 품격 있는 그래픽을 보여준다. 이를 190*250mm의 커다란 판형으로 담아 시각적 즐거움이 배가된다.
사진의 결정적 순간들!
“교육적일 뿐만 아니라
지적으로 흥분되는 책” _《피시아이(Fisheye)》
각 장은 주요 기술적, 사회적 지점을 경계로 구분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1장은 사진 탄생 이전 시기를 다룬다. 서구의 예술가들은 15세기 브루넬레스키와 알베르티 이후 원근법 기기를 고안해내고자 하는 열망에 휩싸였는데, 이는 카메라 옵스큐라 및 렌즈, 광학 장치 등의 개발을 촉진했다. 베르메르를 비롯한 여러 화가는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해 그림을 그렸다.
2장은 니엡스가 최초로 사진을 촬영한 해부터 공식적인 사진의 발명자인 다게르가 사망한 해까지를 담았다(1827~1851년). 이 시기에는 상을 지지체에 정착시키고자 여러 발명가의 도전이 이어졌다. 니엡스의 헬리오그래피, 다게르의 다게레오타입, 탤벗의 칼로타입 등이 서로 기법상의 경쟁을 했다. 당시 가장 널리 퍼진 다게레오타입이 공개된 1839년이 ‘사진 발명의 해’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3장은 획기적인 사진 프로세스인 콜론디온 습판법이 등장한 때부터 사진의 규격화와 표준화가 이뤄진 파리 사진학회까지의 시기이다(1851~1900년). 나다르와 같은 프로 사진가가 등장하는 한편, 서구권 탐험가들은 이국적인 사진을 경쟁적으로 촬영했다. 사회 현실을 고발하거나 과학 연구를 하는 데 사진이 쓰이기도 했다.
4장은 최초의 컬러 단판 프로세스인 오토크롬이 발명되는 즈음부터 시작해 원자폭탄이 사용되는 해까지 다룬다(1900~1945년). 1903년에 오토크롬이 발명되었고, 1920년에는 바트레인 케이블 사진 전송 시스템으로 인해 유럽에서 미국으로 몇 시간이면 이미지를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기도 점점 소형화, 간편화되었다. 이런 기술적 발명 안에서 ‘픽토리얼리즘’, ‘스트레이트 포토그래피’ 등 사진을 독립된 예술로 보는 흐름이 생겨났다. 또한 사진을 전면에 내세운 〈보그〉, 〈라이프〉 등의 매체가 창간되었다. 1939년, 사진 100년의 해를 맞았다.
5장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대사건에서 착안해, 전쟁과 분쟁을 테마로 한 사진 여덟 점을 중심으로 논의를 풀어나간다(시기 구분 없음). 사진이 적국이나 자국에 대해 감시의 도구로 어떻게 기능하는지, 지도자를 어떻게 상징화 혹은 신격화하는지 등을 드러낸다. 또한 권력에 의한 사진 조작은 물론, 권력을 향한 사진 증언이 역사의 향방을 바꾼 대목들을 소개한다. 아울러 폭력의 목격자가 된 사진가의 윤리에 대해서도 묻는다.
6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 전경을 찍은 해까지를 내용으로 한다(1945~1990년). 포토저널리즘과 기록사진의 황금기가 시작되었고, 주요 사진 에이전시들이 탄행한다. 카르티에브레송과 레몽 드파르동 등이 이런 흐름을 주도했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사진이 사용되는 한편, 인간의 몸속, 바다, 우주 등 과학 연구를 하는 데 사진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7장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주제 아래, 최초의 CCD 이미지센서가 발견된 연도부터 아이폰이 발표된 스티브 잡스의 샌프란시스코 키노트까지를 담았다(1969~2007년). 필름 사진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고 디지털로의 대체가 이루어진다. 디지털사진기는 1975년 스티븐 새슨에 의해 처음 개발되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성능 좋은 디지털카메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후 컴퓨터와 스캐너, 인터넷 등 디지털 도구와 결합되면서 판도가 뒤집어진다. 아이폰의 등장은 그 마침표였다.
8장은 오늘날 딥페이크와 인공지능 이미지 등을 다루면서 미래를 전망하며 끝맺는다. 디지털은 사진을 모으고 수정하며 보충할 뿐 아니라, 이제 사진을 분석하고 이해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안면 인식, 블러 효과, 필터, 흔들림 방지 등을 넘어 딥러닝과 딥페이크가 손쉽게 이루어진다. 이는 SNS에 일상적으로 사진을 게시하는 사회적 흐름과 맞물리면서 여러 위험 혹은 가능성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