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논의해야 하는가?”
8가지 주제로 살펴보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정의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수많은 상황에 직면한다. 우리 인생은 우리 스스로의 것이다. 우리 삶의 궁극적 주체는 우리 자신이며, 이는 우리 삶이 타인의 의지와 결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함을 의미한다. 자기 인생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삶을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고 사유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자연스러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중 많은 이들은 삶에 대한 고민과 사유를 부담스러워한다. 사유하기보다는 순간적 직관에 의존하며, 때로는 관습과 전통에 기대어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선택에 대처하려 든다. 우리의 순간적 직관이 임의적이고 변덕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과거에 형성된 관습과 전통이 현재의 우리 삶을 이끄는 적절한 지침이 될 수 있는지도 고민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왜?’라는 질문은 종종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도덕과 관행에 도전하며 옳고 그름에 관한 우리의 생각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내 삶을 그저 펼쳐지는 대로 받아들이며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이나 주변 사람들의 방식을 따른다면 나는 내 삶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근대 영국의 자유주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타자를 흉내 내는 삶은 유인원의 삶이지 결코 인간의 삶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우리 삶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며,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진정 행복을 원한다면 삶을 고민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고민과 사유는 개인의 삶에 국한되지 않으며 개인이 함께 이루어가는 정치 공동체의 목적 및 구현 방안으로 연결된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철학의 핵심 화두는 ‘좋은 삶이란 무엇이며 좋은 삶의 구현을 위해 정치 공동체의 역할은 무엇인가’이다. 현대 정치학의 중심 주제이자 모든 정치 공동체가 추구했던 정의의 질문 역시 그 궁극적 답안의 모색은 결국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환원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정의의 문제들과 관련한 질문들은 고전기의 철학적 질문들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 사회의 정의의 문제들을 논의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고전기가 태동시킨 철학적 지혜를 반추할 것을 요청받는다.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8가지 키워드를 선별하였다. ‘안락사, 낙태, 마리화나, 동성결혼, 부유세, 사형 제도, 매춘, 과시적 소비’라는 키워드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인문학적 성찰과 근원적 고민에 대한 사유적 생각거리로 더없이 가치가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일 수 있으나,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