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화이트 레이븐즈 추천 도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무죄다〉의 바로 그 이야기
어린 영웅, 칼리프의 깊고 단단한 외침
맞설 줄 아는 용기, 불합리함과 차별 속에서 ‘정의’를 외치다
소년 칼리프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인권 그림책
《나는 무죄다》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입니다. 2010년 5월 미국에서, 친구와 함께 집으로 가던 칼리프는 경찰에 체포됩니다. 가방을 훔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지요. 칼리프는 가방을 훔치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하지만 열여섯 살 소년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는 어른은 없었습니다. 교도소 안은 재소자들끼리 폭력이 자주 일어났는데, 힘없는 소년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칼리프는 폭력에 맞서다가 독방에 갇히기도 하는데, 그 시간이 2년 정도에 이릅니다. 미국에서 15일 넘게 독방에 감금하는 것은 고문으로 규정되어 있는데도 말이지요.
칼리프는 수없이 결백을 주장했지만, 판사는 들어주지 않았고, 3년 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게 됩니다. 열여섯 소년이 꿈꾸던 학교생활도, 졸업식도 모두 물거품으로 사라진 뒤였지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잃어버린 3년의 시간은 칼리프를 교도소 수감 이전의 평범한 소년으로 돌려놓지 못했습니다. 결국,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선택을 하게 되지요.
칼리프의 이야기가 알려지게 되자, 미국 전역은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사법 체계의 개혁을 요구하기도 하고, 마침내 19세 이하의 독방 감금이 폐지되게 됩니다. 또한 악명 높은 라이커스 교도소를 폐쇄하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칼리프의 실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이탈리아의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다비데 오레키오 작가에게 닿게 됩니다. 작가는 이 사건을 조사하여《나는 무죄다》를 쓰게 되었고, 흑인 소년 칼리프의 모습은 마라 체리의 그림으로 되살아나게 됩니다.
‘정의롭지 않은 정의’에 맞선 소년 칼리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불합리합과 차별 속에서 힘없는 사람들의 희생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희생이 우리에게 가져온 변화가 얼마나 크고 단단한 것인지도요. 결백을 주장하던 작은 외침이 가져온 변화를 이 책을 통해 만나 보세요.
지금 우리가 누리는 행복을 기억하며
소년 칼리프가 만든 새로운 세상
이 책의 시작에 등장하는 소녀처럼 우리는 이전보다 행복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행복은 정의롭지 못한 일들과 차별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가족과 이웃, 나아가 한 사회를 지키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얻어진 행복일 것입니다.
수많은 인종차별을 겪었던 미국은 다문화와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계속 나아가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불합리함과 소수의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가 희생되는 일들이 역사적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그 희생이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 주었는지에 대해 우리는 잊지 않아야겠지요.
소년 칼리프가 끝까지 결백을 주장함으로써 부조리하고 차별적인 사법체계가 드러났고, 사람들의 외침을 모아 사회의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칼리프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재단이 칼리프와 같은 이주민이자 빈곤가정의 청소년을 돕게 된 것처럼, 정의는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우리의 삶을 변화하게 합니다. 소년 칼리프가 만든 세상에서 살고 있는 소녀는 아마도 우리의 모습일지 모릅니다. 이 책의 역자인 차병직 변호사의 말처럼 이 그림책을 통해 불행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인권을 지키는 길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