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봄의 왕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느 추운 겨울, 봄이와 엄마는 괴물을 피해 ‘이곳’에 왔습니다. 이곳에 처음 온 날, 봄이는 어두운 조명과 새빨간 복도가 무서워 엉엉 울었습니다. 엄마는 봄이에게 이곳은 성, 봄이는 이 성의 공주로 상상해 보라고 말했습니다.
봄이의 상상으로 이곳은 ‘봄이 공주의 아름다운 성’으로 바뀝니다. 봄이는 아름다운 성에서 마음껏 뛰놀았습니다. 회전목마도 타고, 멋진 생일 파티에서 신나게 춤도 추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성에 불이 나고 맙니다. 봄이는 불길을 피해 성 꼭대기까지 올라갑니다. 봄이는 안전하게 구조될 수 있을까요?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듯한 봄이 오는 것처럼 봄이의 앞날에도 따듯하고 행복한 미래가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을 봄이의 이름에 담았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행복을 꿈꾸는 봄이 공주가 혹독한 추위에 잠시 몸을 움츠리고 있는 사람들, 용기와 응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아름다운 성으로 초대합니다. ‘어서 오세요. 봄의 왕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당신은 틀림없이 행복해질 거예요
은방울꽃 꽃말에 담아 전하는 표지율 작가의 따듯한 응원
《봄의 왕국》은 동네 외곽에 웅장하게 서 있는 건물의 이름 ‘페어리 테일’과 그 담벼락에 붙은 ‘달방 있음’이라는 전단지 문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동화’와 ‘달방’. 작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가 공존하는 공간에 주목했습니다. 작가는 유럽의 성을 닮은 건물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사연으로 달방살이를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때 대여섯 살 먹은 여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큰 가방을 들고 그곳에 들어가는 걸 보았습니다.
눈길이 머무는 모든 것에 주목하고,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에 담아내는 표지율 작가는 이 모든 조각을 모으고 엮어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춥고 어두운 현실 세계와 화려하고 따듯한 상상 세계가 교차하는 장면을 판화 기법으로 때론 강렬하게, 때론 화려하게 표현했습니다. 또한 그림 곳곳에 은방울꽃 패턴을 심어 두었습니다. 은방울꽃에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당신은 틀림없이 행복해질 거예요“라는 꽃말이 담겨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신선하면서도 날카로운 구성
불편하더라도 마주해야 할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
‘봄의 왕국’은 ‘꿈의 왕국’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곳에는 뱅글 안경 언니, 큰 가방 삼촌, 겨울이와 할머니, 봄이네처럼 집이 없거나, 일자리가 없거나, 가족이 없거나, 누군가로부터 몸을 숨겨야 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사연과 어둠 속에 갇혀 있지만, 그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꿈을 꿉니다. 봄이 엄마가 자신과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 왔고, 열심히 일하면서 미래를 꿈꾸는 것처럼, 이곳에 잠시 머물면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합니다.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그림책의 구성이 신선하면서도 날카롭습니다. 화려한 표지를 넘기면 외면하고 싶은 어두운 이야기가 송곳처럼 따끔하게 나를 찌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편하더라도 마주해야 할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또한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