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정수 『자본』,
한 권으로 끝내는 『자본』 전 3권 읽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로 손꼽히는 마르크스의 유산 『자본』은 치밀한 이론과 과학적 분석으로 오늘날에도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저작이다. 마르크스주의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1970년대부터 마르크스 이론을 접하고 연구해온 김성구 교수는 『자본』과 마르크스경제학이 한국에서 세대를 이을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하며 이 책을 썼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참담한 현실, 성장의 둔화와 고용의 위기, 부동산·증권 투기의 광풍과 금융공황, 양극화와 빈곤의 대물림, 이 절망적인 역사 속에서 미래에 희망을 품기 위해 마르크스경제학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오늘날처럼 여러 『자본』 번역본이 출간되어 있고 개론서와 안내서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현실에도 ‘제대로 된’ 길라잡이가 없음을 지적하며, 마르크스주의 논의와 관련된 학자 여럿을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비판, 평가하기도 했다.
저자는 올바른 길라잡이 역할을 위해 먼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라는 이론사 전체 속에서 마르크스경제학과 『자본』의 위치를 살펴본다. 저자는 마르크스 시대 이후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크게 변모했더라도 현대자본주의 분석에서 마르크스의 경제학과 『자본』이 여전히 유효하고 충분하다고 본다. 이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수정주의 논쟁이 있었고,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계승하는 구 정통파 마르크스주의가 자본주의 분석의 일반이론으로서 『자본』의 이론적 유효성을 견지하는 반면, 네오마르크스주의 논자들은 『자본』으로 현대자본주의 분석이 충분하다며 구 정통파의 독점자본주의론과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비판한다. 그러나 『자본』만으로는 독점과 국가개입을 분석할 수 없으며, 『자본』으로 오늘날 자본주의의 변화 양상까지 직접 해명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자본』을 학습하는 것은 자본주의 일반의 구조와 발전법칙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므로 여기에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늘날의 독점가격과 독점이윤은 가치론과 잉여가치론 없이는 올바로 분석할 수 없다.
『자본』 길라잡이로서 두 번째 중요한 문제는,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 체계에서의 『자본』의 위치에 관한 문제다. 『자본』은 정치경제학 비판 체계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완결된 저작이 아니라 그 체계의 상향 과정의 한 단계에서의 중간 결과물이다. 그 때문에 정치경제학 비판 체계와 그 방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자본』의 추상 수준과 전체 체계에서의 『자본』의 위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가능하다. 『자본』에 대한 통상적이고 중대한 오해는 전적으로 이에 대한 이해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정치경제학 비판 체계는 상향 과정에서 국가, 외국무역, 그리고 세계시장의 전개가 구상되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본』에 세계경제론이 빠져 있으므로 일국적 자본주의론이라고 보는 시각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정통 마르크스주의 연구자인 저자는 특히 『자본』 제1권에서 ‘자본의 생산과정’에 한정해 해설에 나섰다. 경제학 전공자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마르크스의 이 저작을 독학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당부가 앞섰다. 따라서 『자본』 제1권만이 아니라 『자본』 전체와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능한 한 쉽게, 그러면서도 격조 높은 수준에서 안내하고자 했다. 제1권의 핵심 내용을 개관한 부분을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개요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세심한 강의록으로 구성했으며, 『자본』 제1권으로부터 절제되긴 했지만 많은 인용문을 통해 『자본』 제1권을 직접 읽는 것과 다름없는 느낌도 들게 했다. 『자본』의 본문을 인용할 때는 저자가 직접 번역한 독일어판의 쪽수와 영어판 번역본인 김수행판의 쪽수를 함께 표시했다. 제8편 33장으로 이루어진 영어판과 달리 제7편 25장으로 구성한 것도 독일어판을 따른 것이다.
쉽고 정확한 해설로 『자본』을 이해하기
『자본』의 추상수준에 따른 현실 자본주의 분석
저자는 『자본』 전 3권에 걸친 추상수준에 대한 이해가 『자본』을 올바로 독해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다. 『자본』 제2권에서 마르크스가 유통과정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는데, 이때 유통과정은 원활한 유통하에 상품가치대로 교환되는 것을 상정한다. 즉 현실경쟁과 경기순환에 따른 불균형과 변동들을 서로 상쇄하여 추상하고 이념적 평균에서 파악한 유통과정의 분석이 바로 제2권의 대상이며 이에 유의하여 제2권을 독해한다. 제2권을 편집한 엥겔스조차 초고 편집의 어려움을 토로한 만큼,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들 간에도 여러 쟁점과 서로 다른 해석이 있는 『자본』 독해는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자본』 제2권 학습법에 관한 엥겔스의 조언을 소개하며 『자본』 읽기를 격려하고 있다.
『자본』 제1권이 ‘자본의 생산과정’을, 제2권이 ‘자본의 유통과정’을 다뤘다면 제3권에서는 ‘자본주의 생산의 총과정’을 취급한다. 자본의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의 통일로서 ‘자본주의 생산의 총과정’을 고찰하는 것이지만, 일반적 고찰이 아니라 자본들 간의 경쟁에서 나타나는 구체적 형태들을 분석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정치경제학 비판에서의 상향의 방법을 특별히 주목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본』 제1권에서 3권으로 갈수록 추상수준이 낮아지는데, 이는 점차 자본주의 사회의 표면에서 나타나는 현상들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러나 3권의 서술도 어디까지나 추상수준 내에 있으므로, 현실경쟁의 분석은 『자본』의 범위 밖에 있고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마르크스의 『자본』이 왜 뛰어난 저작인지, 이를 현실 자본주의 분석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개요를 정리한 부록3에서는 잉여가치론, 위기론, 이행론과 함께 한국의 마르크스주의와 국가독점자본주의론 등을 다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본주의 세계에 다시 공황이 도래해 아직도 회복 국면으로 넘어가지 못한 상태다. 자본주의 공황과 불황이 왜 일어나는지, 왜 경기순환이 반복하는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의 부록3 제2장에서 다룬 마르크스 공황론의 개요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