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에우티데모스/크라틸로스》 편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들 중 하나인 《에우티데모스》 편과, 중기의 대화편으로 분류되는 《크라틸로스》 편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에우티데모스》 편은 플라톤이 40세 무렵에 저술한 초기 대화편으로 간주된다. 이 대화편에 등장하는 에우티데모스와 디오니소도로스 형제는 거의 한 세대 전에 활동했던 현자풍의 프로타고라스나 고르기아스와 같은 거물급 소피스테스들과는 완전히 격이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들의 지혜랍시고 자랑스럽게 그야말로 궤변들을 늘어놓는데, 우리가 소피스테스들을 궤변론자들로도 알고 있는 까닭을 이 대화편을 통해서 실감케 된다. 이들 형제가 펼치는 무려 21가지나 되는 궤변들(sophismata)이 특히 소크라테스의 권유적인 논변과 대비되어, 그것들의 부끄러운 실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크라틸로스》 편의 부제는 ‘이름들의 옳음에 관하여’이다. ‘사물의 표현’ 또는 ‘지칭’으로서의 그 이름의 옳음 또는 정당성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견해들이 있으며, 이것들은 결국 상보적이라 할 것들이다. 첫째로, 이름은 닮음 곧 유사성에 의한 표현이라는 주장과 이름은 관습과 약정일 뿐이라는 주장의 대립이다. 둘째로, 이름은 사물들의 끊임없는 움직임, 그 유동성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관점에서의 주장과 그것 자체의 본성을 불변의 것으로 유지하는 것들을 나타내는 이름들도 이에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주장의 양립이다. 이런 상반된 관점들에서 추적한 이름들의 광범위한 어원 분석들이 이 대화편의 주를 이룬다.
각 편은 플라톤의 원전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주석을 단 본문과 함께, 대화편의 핵심 주제와 철학적 의의, 문헌학적 비평 등을 개관할 수 있는 해제, 내용을 순서에 따라 요약하고 전체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한 목차, 대화편의 대화자들에 대한 소개 등 역주자가 독자를 배려하여 집필한 자료들을 싣고 있으며, 책 뒤에는 참고 문헌과 색인을 수록하였다.
《플라톤의 에우티데모스/크라틸로스》 편 출간의 의의
이 책은 서광사에서 출간하는 박종현 교수의 열한 권째 플라톤 역주서이다. 헬라스어 원문의 낱말과 문장 하나하나를 가장 알맞은 우리말로 옮기기 위한 박 교수의 헌신적 작업은, 이 역주서들이 단순한 번역본을 넘어 한국어 플라톤 연구의 정본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원문의 정확한 번역과 함께 상세한 각주를 통해 플라톤 철학 용어의 의미와 학문적 맥락, 역사적 배경을 풍성하게 전달하여, 학술적인 가치를 높임과 함께 전문 연구자들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플라톤의 철학에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한 개인이 역주서 형태로 플라톤 전집을 완성하는 것이 세계적으로도 드문 학문적 성취라는 점에서, 박종현 교수의 플라톤 역주서들은 한국 철학사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이 책 머리말에서 ‘제대로 완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최선을 다하며 이 일을 끝맺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회를 밝힌 박종현 교수의 바람대로, 한국의 학문적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데 기여할 한 그루 실한 참나무가 이제 한 길 더 자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