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 중에 ‘객기客氣’라는 한자어가 있다. 사전에서는 ‘객쩍게 부리는 혈기나 용기’로 설명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객기 부리지 마.”와 같은 경고나 만류의 말에 자주 활용된다. 하지만 이 객기 부리지 말라는 말, 중국에서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不客气。” 한자의 구성만 본다면 똑같이 ‘객기 부리지 말라’는 뜻이어야 할 텐데, 이 말은 주로 “천만에요.”, “사양하지 말고 편하게 행동하세요.”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동일한 한자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표현, 과연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리고 이것은 한국인과 중국인에게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언어는 인간의 사고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부분의 사유는 언어를 기반으로 전개되며, 이 언어를 활용할 때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언어 자체가 가진 의미나 뉘앙스에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과 글, 즉 언어는 한 개인의 성격을 파악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고, 한 국가의 정서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곧 ‘생각’을 배우는 일과 같고, 따라서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학습할 때 그 언어의 기원과 발전 과정, 변화의 특징을 두루 살펴본다면, 단순히 하나의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언어 문화권이 공유하는 보편 정서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언어를 알면 생각이 보인다!
기원부터 살펴보는 ‘한자’와 ‘중국어’”
윤창준 교수가 새롭게 펴낸 『언어와 문자: 중국어와 한자』는 한국인 중국어 학습자를 위한 효율적인 중국어 학습법을 탐구하는 탁월한 교육서이다. 윤창준 교수는 우선 인류 최초의 언어와 문자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그 역사를 살펴보고, 언어의 기원을 이해하는 것이 언어를 습득하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해설을 시작한다. 나아가 그는 표의문자와 표음문자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이 각각의 문자 체계가 각 언어권의 문화와 사고 기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한 표음문자인 ‘한글’을 사용하는 한국인이 표의문자인 ‘한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할지에 대해 다룬다. 이어 그는 중국어의 기반이 되는 문자인 ‘한자’의 발전을 설명하고, 한자 문화권으로서 다수의 한자어를 사용하는 한국인이 중국어를 습득할 때 흔히 범하는 오류를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제시함으로써 중국어를 처음 배우는 한국인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주의 사항을 기초와 함께 새길 수 있게 안내한다. 즉, 『언어와 문자: 중국어와 한자』는 단순히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와 같은 문장을 읽고 쓰게 만드는 평범한 학습서가 아니라, ‘외국인 화자’인 한국인이 중국어를 학습하기에 앞서 익혀두어야 할 기초적인 사전 지식과 실제 학습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요소들에 대한 분별력을 길러주는 효율적인 길잡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