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까야」, 석가모니의 목소리를 전해주다
니까야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모아 정리한 빨리어 경전이다. 대부분의 불교 경전이 부처님의 가르침임을 자처하지만, 합송(合誦)으로 전해지던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고스란히 문자화시킨 경전은 사실상 니까야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한역 경전 중에서는 아함경이 니까야에 해당하며, 내용상 많은 부분이 니까야와 비슷하다.
니까야는 하나의 경전에 대한 명칭이 아니라, 「디가니까야」ㆍ「맛지마니까야」ㆍ「상윳따니까야」ㆍ「앙굿따라니까야」ㆍ「쿳다까니까야」로 구성되는 5부 니까야에 대한 통칭이다. 5부 니까야를 구성하는 개별 니까야들 역시 여러 짧은 경전들로 이루어져 있다.
풋풋하고 소박한 불교와의 만남
불교사에서 니까야가 갖는 중요성은 말할 수 없이 크다. 니까야는 불교라는 큰 강이 발원된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우리 역시 여전히 니까야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사성제, 삼법인, 연기와 같은 불교의 근본 가르침을 석가모니 자신의 설명을 통해 배울 수 있고, 또 그러한 가르침이 어떤 맥락에서 설해진 것인지도 알 수 있다. 대승불교 특유의 여러 개념들 역시 다듬어진 형태로는 아니지만 맹아적인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니까야를 읽음으로써 풋풋하고 소박한 모습의 불교를 만날 수 있다. 인도에서 불교는 부파불교 시대를 거치며 이론적으로 복잡해졌고, 대승불교 시대를 거치며 더욱 난해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기 전의 초기불교는 복잡하지도 않고 난해하지도 않았다. 초기불교는 늙음이나 죽음과 같은 삶의 고통을 해결하겠다는 단순한 목표만을 갖고 있었고, 상식적이고 경험적인 이치를 살펴보는 가운데 그 목표를 실현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고, ‘나’라고 할 만한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니까야의 대표적인 가르침 역시 이 과정에서 나왔다. 자칫 놓치기 쉬운 불교 본연의 의문과 대답을 니까야를 통해 확인함으로써 우리는 불교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니까야를 읽어야 할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니까야의 매력을 넘어 불교의 매력으로
「인문학 독자를 위한 니까야」는 5부 니까야의 방대한 내용 가운데 특히 핵심적이면서도 오늘날 우리의 삶에 비추어 절실하게 와 닿을 내용들을 잘 선별하여 풀어낸다. 동국대 다르마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경아 박사는 자신이 체득한 눈높이 교육에 대한 감각을 이 책에서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도 유학 시절의 체험을 말하기도 하고, 본인의 독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며, 인도의 전래 우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시종일관 친근한 문체 속에 펼쳐지지만 그 방향과 귀착점은 니까야의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쉽고 재미있는 에세이를 읽는 느낌으로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은 니까야의 세계에 매료될 것이다. 그리고 겉으로는 속세의 삶에 무심한 듯 보이지만 마음으로는 그러한 삶을 은근하게 포옹해주는 불교의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니까야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피안의 절대적 환희가 아닙니다. 그 시작은 바로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세상에서의 경험에 있습니다.”(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