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십수 년 동안 경제학을 가르치면서 받은 느낌 중 하나는 학생들이 미시경제학보다 거시경제학을 흥미로워하지만, 동시에 더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나름대로 추측건대 거시경제학의 짧은 역사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출간(1776년) 이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대 거시경제학은 케인즈(J. M. Keynes)의 『고용, 이자율 및 통화에 관한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의 출간(1936년)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그 이전의 경제학은 대부분이 미시경제학적 지식이다. 미시경제학이 오랜 역사와 함께 이론이 잘 확립된(well established) 것과는 대조적으로, 거시경제학은 아직 역사가 짧고(a young science), 새로운 이론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매우 흥미롭기도 하지만, 서로 상충된 듯 보이는 다양한 이론과 논쟁의 숲속에서 학생들이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는 본서를 집필하게 된 이유의 하나가 되었다. 집필 과정에서 거시경제학의 다양한 이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흐름과 체계 속에서, 공통된 실과 패턴으로 연결하여, 간결하고 통합적으로 엮어 내는 데 역점을 두었다. 자연스럽게 경제전체의 큰 그림(Big Picture)이 두드러지도록 노력하였다.
이를 위해 주요 거시경제이론을 핵심 거시경제변수(key macro variables)를 중심으로 시간대(time horizon)에 따라 구성하였다. 먼저, 가격변수가 신축적인 장기(long-run)를 기준점(a reference point)으로 삼아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펴보고, 가격이 경직적인 단기(short-run)에서는 이 기준점을 중심으로 어떻게 변동하는지를 분석하였다. 또한, 최장기(very long-run)에서는 기준점 자체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를 고찰하였다.
거시경제이론은 실용 학문으로, 거시정책이나 수요와 공급의 충격 등 경제 여건의 변화가 경제성과에 미치는 효과의 분석을 중시한다. 이에 따라 본서는 모든 경제모형에서 정책 변화와 경제 여건 등 외생 변수의 변화가 총생산(성장률), 실업률, 물가(인플레이션율) 등 주요 내생 변수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최근 거시경제이론의 흐름을 반영하여 현실 적합성을 제고하려고 노력하였다. 기본 IS-LM모형에 기대효과, 개방경제의 환율효과, 최근의 재정 및 금융 이슈 등을 반영하여 확장하였다. 특히, 경제학자나 정책 담당자들은 주요 거시변수의 절대적 수준보다는 변화율에 더 관심이 많다. 따라서 총생산과 물가의 절대적 수준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둔 AD-AS모형에서 더 나아가 총생산의 변화율인 총생산갭과 물가수준의 변화율인 인플레이션율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둔 AAD-AAS 모형을 구축하여 발전시켜 나갔다.
이 책은 총 9부 2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거시경제의 주요 변수와 방법론을, 제2부는 가격변수가 신축적인 장기의 경제를 고전학파이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제3부는 가격변수가 경직적인 단기의 경제를 케인즈이론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제4부는 가격변수가 서서히 조정되는 경우 경제가 단기균형에서 장기균형으로 어떻게 조정되어 가는 지를 총수요와 총공급의 일반균형모형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제5부는 최장기의 경제성장을 살펴본다. 그리고 제6부는 기대를 도입하고, 제7부는 개방경제로 모형을 확장하여 분석한다. 제8부는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제9부는 거시경제학의 미시적 기초인 소비, 투자, 총공급곡선 및 필립스곡선 등에 대해서 상세히 살펴본다.
이 책의 출간에 도움을 주신 자유아카데미의 김지영 대표님과 편집부 직원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책의 집필을 묵묵히 응원해 준 내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