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우리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이 책이 뻔하고 교훈적인 이야기로 읽히길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문제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_ 저자의 말
미래 사회를 규정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연결성’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은 전 세계에 식량과 에너지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은 유럽 전역에 심각한 난민 문제를 일으켰다. 기후위기, 전쟁위기, 에너지위기, 금융위기, 식량위기는 이미 한 나라에 국한되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2019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고 29세에 MIT 종신 교수로 임명된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오랫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여러 나라에서 폭넓은 자료수집과 현장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의미한 노력을 소개하면서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도록 이끈다. 〈문제 해결 지식그림책〉 시리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주도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어린이들을 위해, 세상을 보는 눈을 한층 넓혀줄 새로운 지식그림책이 될 것이다. 편견과 선입견을 벗어날 수 있도록 정교하게 고안된 이 시리즈 속의 캐릭터들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는 사회경제적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하도록 독자들을 초대한다.
시리즈 제8권 〈그늘이 사라진 마을〉은 숲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본과 개발의 논리를 앞세우는 사람들은 숲을 없애고 그 자리에 공장이나 건물을 짓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반대하며 나무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이들이 있고, 그들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툼파네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는 작은 관심과 행동이 모이면, 더 큰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인도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 전체에 영향을 주지만 특히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툼파네 마을 주민들은 극심한 더위로 농사를 망치게 되자 숲의 나무를 베어 내다 팔자고 주장했다. 이 방법은 가뭄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즉각적인 처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숲을 없애는 것은 동식물과 사람 모두를 위한 생명의 터전을 없애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종종 단기적인 해결책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과 감축을 둘러싼 각 나라의 입장과 셈법은 서로 다르다.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은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까? 이 시리즈의 또다른 장점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다. 어린이 대상의 지식그림책이지만 그 속에 담긴 주제의식은 어른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책 속의 인물들은 단순히 좋다거나 나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행동한다. 책을 읽고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성찰할 기회를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저자만의 안목과 깊이가 돋보이는 주제 해설은 각 주제에 대한 연구 성과나 현장의 노력을 소개함으로써 주제를 폭넓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시리즈는 초등 교실의 토론 수업을 위한 텍스트로 적절하다. 이 책은 일방적인 설명이나 교훈을 전달하지 않는다. 주제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어린이의 시선에서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이야기할 뿐이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배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제에 대한 저자의 가치 판단 또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질문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러한 점은 초등 저학년부터 청소년까지, 그림책을 활용한 토론 수업이나 사회 수업을 계획하는 데 무척 유용하다.
이 시리즈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로 그림을 빼놓을 수 없다. 원색의 풍부한 색감을 고스란히 살린 그림은 책의 예술성을 높이면서도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자극한다. 인물의 피부색이나 머리색 표현 또한 인종이나 국가, 성별에 따른 편견을 배제하면서도 흥미와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사각형, 삼각형, 동그라미 등으로 표현된 배경이나 의상, 머리 모양 표현들이 만화적인 재미를 느끼게 한다. 여기에 인물 간의 대화가 크고 작은 말풍선으로 표현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