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서평
“우리는 구체적으로, 개별적으로 아는 것만을 사랑할 수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오래된 질문
선거를 통한 대의제 민주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경제성장 시대도 이제 끝났다. 기후위기를 드러내는 재난들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희망이 없을 때 군중을 선동하고 폭도로 조종하는 일은 쉬워진다. 정말 파시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삶의 위기, 파국에 대한 근원적 성찰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버릴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전조처럼 느껴져 두렵다. 이 두려움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리가 느끼는 이 두려움, 삶의 위기는 민주주의든 경제성장이든,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민중의 평화와 소박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희망의 근거를 찾기 위하여
오늘의 삶에서 제기되는 문제의식으로 성서를 읽음으로써 그 속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고 옹호하고자 노력해 온 신약성서학자 박경미 교수가, 위기 속에 함께 두려움을 느끼는 이웃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격려의 이야기들.
오래 전, 로마제국 아래에서 그리스도 신앙을 통해 고난을 이겨 낸 사람들의 삶과 치열함, 그리고 과학기술과 경제성장, 근대의 ‘합리성‘이라는 미신에 끈질기게 도전해 온 이반 일리치 등 우리 시대 현인들의 가르침을 성서와 수많은 고전들 속에서 길어 올려 독자들에게 샘물처럼 전하고 있다.
다시, 고르게 가난한 사회를 위하여
학문 세계에 평생 복무하면서도 언제나 문학을 사랑하고 동경해 온 저자의 에세이들은, 그래서 자주 시적인 감동으로 빛나기도 하고, 저녁마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동네 어른의 옛날 이야기처럼 따뜻하고 웅숭깊은 안심감을 주기도 한다.
그 감동과 안심감은 다른 게 아니라, 땅과 토착적 가치에 뿌리를 둔, 가난하지만 더불어 살았던 지혜와 거룩함의 문화가 우리에게도 분명 있었으며, 우리의 용기와 결단에 따라 그것을 조금씩이라도 복원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참된 ‘종말론적 신앙‘이라고 저자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