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따라 담백한 수채화 같다.”
“말맛과 글향이 이렇듯 그윽하니,
꿀벌처럼 이 책 위에 내려
한나절 놀고지고 웃고지고!”
-소설가 김탁환-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몸을 누이고, 때로는 비를 기다리는 그는 하느님 눈치를 보며 벌을 키운다. 도무지 둥그레지지 않는 마음도 어느새 익어간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조용히 하루를 돌아본다. 때론 소주 한잔을 마시며 하루 동안의 시간을 굴려본다. 씨를 뿌리고 열매 맺는 농부의 정겨운 사계절을 담아 소식을 띄운다.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땅에 뿌리는 두는 그의 편지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고, 흙냄새가 난다.
시대가 변하고 기계나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세상이다. 그러나 이런 시대에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바로 이런 일이 아닐까. 자신이 아는 지식이나 지혜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누군가를 위해 남겨두고 싶다는 그 마음 말이다.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다. 나보다 더 네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땅에서 배운 지혜를 전해주는 어름의 의무를 다하고 싶은 이동호 저자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이미 밥값 했다며 작은 만족을 만끽한다. 얼마나 소박한 철학자인가.
정성을 더하고, 욕심은 덜고, 지혜를 곱하고, 결실을 나누는 일이 바로 농사다. 뿌린 만큼 거두지 못해도 그는 농사를 짓는다. 자연은 경쟁하지 않듯 순리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삶의 지혜가 담긴 농부의 편지에는 도시인의 결핍을 채워줄 진심이 담겨 있다. 봄에서 겨울로 다시 봄으로 시간이 그의 밭에서 하는 일을 들여다보며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계절에 기대어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흙 묻은 손, 마음 담은 글 『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는 이동호 저자의 소박한 들판에서 피어난 편지다. 다정하고 무던한 삶의 지혜와 잊고 있었던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포근한 위로가 될 것이다.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나 도시의 삶에 지친 현대인들, 각박한 세상에서 넉넉한 마음이 그리운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