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문학계에서 인류고대문명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단국대학교 부설 고대문명연구소에서 고대 문자문명의 시원을 밝힌 연구서 『고대 근동과 중국, 문자와 문헌 전통의 형성』을 펴냈습니다. 2020년 9월 ‘한국에서의 세계고대문명 연구를 향한 전초기지’를 자처하여 설립된 고대문명연구소는 2024년 4월 연구총서 1권으로 『이집트에서 중국까지: 고대문명 연구의 다양한 궤적』을 펴낸 이래 새로운 연구 주제로 ‘고대문명 형성의 물질적, 정신적 토대’와 ‘고대 근동과 중국의 문자문명의 형성’을 설정하여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이번에 연구 총서 3권으로 발간된 『고대 근동과 중국, 문자와 문헌 전통의 형성』은 2024년 6월 ‘고대 근동과 중국, 문자와 문현의 여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단국대 고대문명연구소 제3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과 토론의 성과를 정리한 성과입니다.
『고대 근동과 중국, 문자와 문헌 전통의 형성』은 연구 총괄 책임자인 심재훈 고대문명연구소장이 작성한 서문과 국내의 고대 중국과 근동 문명의 전문 연구자 9명이 저자로 참여해서 작성한 9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었는데, 내용에 있어서는 중국 문헌 연구 3건과 고대 근동 문명 6건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고대 근동과 중국, 문헌 전통 비교 연구의 물꼬를 트며’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서문은 고대문명연구소 소장이자 연구소 수행 연구작업의 총괄책임자인 심재훈 단국대 사학과 교수가 작성되었는데, 이 연구서의 연구 배경과 함께 ‘근동과 중국의 문헌 발전사’의 비교사 연구 작업을 개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원전 3000년 수메르어를 표현한 쐐기문자를 기원으로 하는 고대 근동의 전통과 기원전 13세기 갑골문에서 유래한 중국의 글쓰기 문화의 맥락 사이에 존재하는 특수성과 보편성에 주목하는 것이 이 연구서의 기본 관점임을 밝히고 이를 기반으로, 9편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습니다.
빈동철 고대문명연구소 연구교수가 작성한 1장 ‘중국 문자의 기원에 관한 생각들과 문해력’에서는 중국 문자의 출현과 관련하여 중국의 전통적 설명과 현대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바탕 위에서 안양 문자 그 자체만으로 문자의 형성과 발전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이 가능함을 제시합니다. 제2장 ‘甲骨文 문자 체계에 공존하는 원시성과 발전성’에서는 1장의 문제의식을 한층 발전시켜 보다 세밀한 분석을 제시하는데, 갑골문에 공존하고 있는 원시성과 발전성 중에서 발전성의 전개 양상에 무게를 두고, 갑골문 초기의 상형 부호 성격보다는 가차, 형성 등의 문자사용 형식이나 일정한 문법 규칙의 존재가 문자로서 갑골문에 대한 적절한 평가이며 이를 바탕으로 갑골문의 기원을 상 전기까지 소급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혁 경상국립대학 중어중문학과 부교수가 작성했습니다.
김석진 단국대학교 고대문명연구소 연구교수가 작성한 3장 ‘고대 중국에서 ‘기억 매체’의 발달과 ‘역사 쓰기’의 시작-기호 전통과 商 문자의 과거 기록-’은 고대 중국의 문자와 초기 서사(書寫)를 ‘기억 매체’의 발달과 ‘역사 쓰기’의 시작 측면에서 다루었습니다.
근동의 초기 문헌 발전을 다룬 2부는 고대 이집트 관련 연구 1건, 수메르어에 대한 연구 2건 및 고대 근동 문학의 주요 장르인 지혜문학 관련 연구 1건, 고대 근동 법률 문헌 연구 1건 및 근동지역 문자 문화 전파 연구 1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선우 단국대학교 고대문명연구소 연구교수가 작성한 4장 ‘고대 이집트에서 문학의 기원과 발달’은 고대 이집트 문명에 있어서 ‘문학’의 정의를 제시하고, 이를 근거로 이집트 문학의 기원에 대해 고찰합니다. 문학이 형성된 방식과 그 이전 단계의 텍스트 전통 및 주변 문화적 요소들을 분석하여 중왕국 시대에 고대이집트 문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이유를 탐구합니다. 이집트 문학의 발전 양상을 고찰하면서 문학이 집단 정체성을 구축하는 문화적 기억의 매체로 기능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5장과 6장은 김구원 전주대학교 신학과 조교수가 작성했는데, 5장 ‘수메르어로 된 길가메시 서사시는 존재했을까’는 기원전 7세기 아카드어로 정리된 길가메시 서사시가 그 이전 시기 수메르어 단편들에 기반해 있음을 주목하고 수메르어판 장편 길가메시 서사시 존재 여부를 둘러싼 연구와 논쟁을 소개합니다. 6장 ‘길가메시 서사시의 수메르 자료들’에서는 5장에서 제기된 논점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길가메시 서사시의 수메르 자료들을 상세하게 검토하여 다양한 버전의 수메르 자료들이 서사시에 반영된 양상을 통해서, 수메르 자료들이 작성된 문화와 사회적 배경의 차별성이 존재했음을 밝힙니다.
윤성덕 연세대학교 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가 작성한 7장 ‘고대서아시아 지혜문학 분류법’은 고대 근동 문학의 주요 장르 중 하나인 지혜문학의 분류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아카드어로 된 〈주인과 종의 대화〉라는 지혜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작품의 내용이나 구조에 따른 그 분류 결과에서 일관성을 찾기 어려운 지혜문학 작품들에 대한 분류 기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문학작품과 저자들이 당시 사회 안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기능에 주목하는 문학사회학적 방법론을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고대 근동 법제사 방면의 연구자인 김아리 단국대학교 고대문명연구소 연구위원이 작성한 8장 ‘고대 근동 법률 전통의 내부적 영향과 외부적 영향-고대 바빌론 시대와 신바빌론 시대를 중심으로-’은 고바빌론 시대와 신바빌론 시대의 문헌들을 바탕으로 고대 근동의 법률 전통이 내부적 작용과 외부적 영향의 전개 양상을 소개합니다.
9장 ‘고대 문명 주변부의 문자 사용과 글쓰기 -가나안 지역의 비문을 중심으로-‘는 강후구 서울장신대학교 교양학과 부교수가 작성했는데,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 사이에 위치한 가나안 지역에서 발견된 비문들을 고고학적으로 분석하여 이 지역에서 7개 언어가 5개의 문자로 표현되었음을 밝혔습니다. 다양한 문자와 언어가 사용되는 복잡한 양상에서 5가지 정도의 맥락을 파악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 6건의 논문으로 검토한 고대 근동의 문자/문헌 문화의 발전은 기원전 3000년 경 쓰이기 시작한 문자로 문학적 문헌을 작성하는데 50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1부에서 다룬 고대 중국 문자/문헌의 전개 시기는 근동 문학 이전에 소요된 500년의 서사 발전과정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다음 단계에 진행될 중국 문헌 연구에 근동 연구 작업의 성과가 중요한 비교적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대 근동과 중국, 문자와 문헌 전통의 형성』은 2023년 “고대 근동과 중국 문헌 전통의 물줄기”라는 주제로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NRF-2023S1A5C2A02095273)에 선정되어 진행한 연구작업의 성과로서 향후 2029년까지 후속적인 연구가 이어지고, 그 성과가 간행될 예정입니다. 이번에 발간된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과제로 남겨진 작업들이 보완되어 고대 근동과 중국 문헌전통에 대한 인식이 한단계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