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은 언론 현장에서,
뉴스 생산 과정에 뛰어든 5개월간의 참여관찰 연구
『저널리즘 연구 1: 뉴스의 생산』, 『저널리즘 연구 2: 뉴스 생산자』(전 2권)은 이러한 긴급하고 엄중한 물음에 대한 저널리즘 연구자 2인의 대답이다. 결론적으로 책의 저자들은 디지털 전환, 개인화된 미디어의 확산, 나아가 인공지능이 기사를 생산하는 이 시대에도 언론의 역할은 지속되어야 하고, 언론 위기를 타개할 해법은 언론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언론 현장에 대한 참여관찰 연구인가? 저자들에 따르면 뉴스 연구는 미디어 제도에 천착한 정치경제학 연구, 뉴스 텍스트 분석 연구 및 뉴스 생산 과정 연구로 나뉜다(1권 뉴스의 생산, 3장 현장 속으로). 하지만 정치경제학 연구와 텍스트 분석에 치중해온 우리 학계는 언론 위기에 대한 대응을 언론 개혁 프레임으로 획일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저자들은 비판한다. 이는 1970~1980년대 미국 언론 황금기에 쏟아졌던 뉴스 생산 과정에 대한 참여관찰 연구가 우리 학계에 드물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저자들은 뉴스 생산 과정, 즉 언론이 뉴스거리를 찾고, 선택하고, 지면으로 구성하는 각 단계에서 개별 언론인, 편집국 단위로 어떤 작업이 이루어지는지, 어떤 가치와 관행이 작동하는지, 무엇이 선택되고 배제되는지, 그리하여 어떤 사회적 현실을 재구성하는지를 들여다보는 참여관찰 연구에서 언론 위기의 실천적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 실천의 결과물인 이 책에서 저자들은 ‘언론인의 헌신’과 ‘사실(성) 확인의 규범 준수’ 노력이야말로 언론 위기 극복의 희망임을 확인한다.
총 3년간의 자료 정리와 집필,
저널리즘의 최전선을 기록한 기념비적 연구
연구년을 맞은 2021년 2학기, 윤석민 교수는 배진아 교수와 함께 뜻을 모으고 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2월 18일까지 5개월 동안 조선일보 편집국을 관찰하는 참여관찰 연구를 수행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편집국 한쪽 구석에 노트북을 펴고 앉아 있는 연구자들을 힐끗거리던 이들은 점점 연구자들의 존재에 익숙해지며 엘리베이터나 카페, 구내식당에서 마주치면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2~3개월 후 연구자들은 전혀 특별하지 않은, 각자의 일로 바쁘게 이리저리 오가는 편집국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3장 현장 속으로). 편집국 관찰이 반복되면서 한계도 뚜렷해졌다. 외부 출입처에 나가 있는 일선 기자들의 활동과 부서 단위의 구체적 활동, 무엇보다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을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뉴스 생산자들의 역할과 상호작용을 더욱 정확하고 생생히 기술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심층 인터뷰, 기자 동행 취재, 부서 단위 밀착 관찰, 편집국 내부 공유 문서 및 판별 지면에 대한 분석이 추가되었다.
현장 연구 이후에도 관찰하고 수집한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지난한 작업이 남았다. 전체 지면 판갈이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내용 분석 틀 작성에 3개월, 이를 기반으로 코딩 작업을 수행하는 데 6개월이 소요되었고 A4용지로 2천여 쪽에 달하는 심층 인터뷰 녹취록은 풀어서 정리하는 데 6개월, 통독하는 데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현장 연구를 마치고 3년이 지나서야 그 결과물을 발간하게 된 사정이다.
1권 『뉴스의 생산』은 일선 기자들의 취재 및 발제에서 시작되어 전체 지면 편집 작업으로 종료되는 뉴스 생산 과정을 현장 관찰, 심층 인터뷰, 일선 기자 동행 관찰, 사회부와 정치부에 대한 밀착 관찰, 판별 지면 데이터 내용 분석 등의 방법을 동원해 다각적으로 다루었다. 책의 출발점에서 가치 있는 언론이 본질이 무엇인지 검토한 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현장 취재 및 기사 작성, 게이트키핑, 데스킹 및 지면 편집 작업이 이러한 본질에 얼마나 충실한지 살피고 있다.
2권 『뉴스 생산자』는 이러한 뉴스 생산 작업을 수행하는 주체인 언론인들과의 심층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부 기동취재팀장, 조선NS 기자, 편집국장과 논설위원, 주필, 그리고 사장까지 전면적인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각자 수행하는 작업의 디테일, 그리고 이들이 생각하는 언론의 역할, 보람과 한계, 언론이 당면한 위기 상황 등에 관한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