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함, 올바름, 신성함, 아름다움, 숭고함…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참된 가치들
그런데 꼭 그렇게만 봐야 하는 걸까?
‘옳고 그름, 맞고 틀림’의 이분법을 해체하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도전
학문ㆍ예술ㆍ정치ㆍ종교ㆍ문화에 숨은
권력의 가식적인 얼굴을 폭로한다!
인류 사회는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이분법의 지배를 받고 있다. 옳고 그름, 맞고 틀림, 미와 추, 신성함과 불경함, 고결함과 천박함 등 참된 가치와 그른 가치 사이에서 대상을 평가하고 분류하는 데 익숙하다. 그런데 만약 이런 이분법이 누군가의 주관적 잣대에 불과하다면 어떤가? 사실 우열로 나뉘는 대상의 가치가 그 대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각에 있는 것이라 한다면 어떻겠는가? 분명 이분법적 사고가 필요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며, 이는 우리에게 편안함과 편리함을 제공한다. 이것 아니면 저것. 하지만 대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자체를 대상화해 보면, 이런 익숙함과 편안함은 곧 낯섦과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사회의 기대를 벗어나 자발적인 자연인으로 사는 저자 태지향은 이 책에서 인류 사회를 지배해 온 이분법적 사고를 해체하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도전을 한다. 학문, 예술, 정치, 종교, 문화에 이르기까지 7가지 테마를 넘나들며 우리의 고정관념과 사회의 통념에 문제를 제기한다. ‘꼭 그렇게만 봐야 하는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가? 정말 그게 사실인가?’ 하는 저자의 도발적인 물음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옳다고 믿고 사랑했던 것들의 실체가 드러난다. 진실의 가면을 쓴 ‘누군가의, 누군가에 의한, 누군가를 위한 이데올로기’ 말이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 진실의 속살을 파헤치는 일은 결코 즐거울 수만은 없다. 우리가 이전에 얼마나 많은 거짓과 편견을 고수했는가를 깨닫는 것도 고통스럽지만, 우리 앞에 놓인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그를 통해 더 나은 미래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진통과 충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을 배신할 때, 불편한 진실은 비로소 고개를 든다.
철학은 인간을 탐구하는 사변적인 학문이다?
예술 작품의 가치는 아는 사람만 안다?
종교와 도덕은 늘 선을 지향한다?
자본주의가 모든 불평등의 원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주인이다?
열거된 질문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답변은 무엇일까? 아마 “예스”일 것이다. 인류 지성사를 살펴봐도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테제나 이론에 대한 반박은 몇몇 지성들에 의해서만 간헐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코페르니쿠스, 다윈,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 등 당대 학계와 사회에서 소외되고 핍박받은 몇몇 인물들만이 “노”를 외치며 고독한 길을 걸었다. 위에 열거된 통념들 역시 일정한 사상과 학문, 이념을 그 배경으로 하기에 반박이 쉽지 않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런 통념들에는 기득권의 이데올로기가 붙인 ‘진리’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어 그 진의를 따져보고 회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가 속해 있는 다양한 조직들, 가령 가정, 학교, 직장, 사회 등에서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흡사 다음과 같은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저자는 철학이 왜 인간을 탐구하는 사변적인 학문으로 머무르게 되었는지를 철학사를 통해 고찰하고, 예술 작품의 가치가 대중의 무지와 허영을 이용하면서 어떻게 왜곡되어 갔는지 그 과정을 살핀다. 또한 종교의 선악 구분과 도덕ㆍ윤리 규범을 도마 위에 올려 그것들이 지향하는 선의 거짓과 위선을 폭로하고, 사회 불평등이나 민주주의 위기를 어느 하나의 원인을 통해서만 설명하려는 이들을 맹렬히 비판한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그의 이런 주장들은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어쩌면 지극히 회의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와 같은 통념들에 과감하게 “노”를 외치는 그의 대담성을 보면서 우리도 한 번쯤은 자문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가.
일상을 지배하는 차별과 편견
이타적인 듯 보이지만 지독히도 이기적인 사람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따끔한 일침
저자는 일상을 파고든 다양한 편견과 그로 인한 차별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오래전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여성, 흑인, 빈자, 동성애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통렬히 비판하는 것도 통쾌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 가령 부동산, 반려견, 노 키즈 존, 비정상적인 법원 판결, 변질된 노동운동, 촛불혁명의 명암과 같은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뼈 있는 통찰을 이어간다.
“이 책의 내용은 기존의 보편적인 생각과는 완전히 다르고, 문체나 구성 역시 독자를 당혹스럽게 할 수 있다. 이 책을 비난해도 좋지만, 그런 비난조차 자신의 편견이 깨지는 과정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나는 내가 책을 쓰며 느꼈던 그러한 다양한 감정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자신과 주위의 모순에 대해 고민하면서 성숙하고 진보한 시민의식을 갖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 프롤로그 중에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제기되는 저자의 문제의식과 주장이 거북하고 불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또한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그의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은 당연하고 익숙하고 마땅하고 그래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왜 꼭 그렇게만 생각해야 하는가?’ 굳어진 사유의 틀을 변화시키기 위한 저자의 과감하고도 도발적인 시도가 독자들에게 신선한 지적 자극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